국어사전에서 ‘비쭉’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얼굴이나 물건의 형태가 길고 세게 내민 모양’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이번 주에는 붉은 겨울눈을 비쭉 내민다고 하는 비쭈기나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나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해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수종입니다. 지난 1월, 제주의 중산간에 눈이 많이 내렸을 때 사진으로 담은 비쭈기나무의 열매 모습입니다.비쭈기나무의 수피는 짙은 적갈색을 띠고 있는데 수피에는 작은 피목이 발달해 있습니다. 2월 초 서귀포의 오름을 산행하다가 만난 비쭈기나무는 이름처럼 붉은 새순이 돋아나 있었습니다
아직 시린 바람 사이로, 아직 잔설(殘雪)이 남은 땅 위로, 손톱만 한 매화들 서로의 뺨을 부비고 있습니다. 두 송이, 세 송이, 열 송이, 스무 송이…. 수런수런하지만, 새색시처럼 단정합니다. 바람 따라 흰 소매 흔들고 새하얀 이 드러낸 단아한 미소로 새봄을 맞습니다. 문득 내다 본 봄 뜰에 매화가 서럽도록 곱습니다. / 글=김봉현 기자
관찰일기 쓴 날 : 2022년 1월 26일 수요일 밤 10시 30분운동 삼아 아들과 함께 장수물로 갔다. 어젯밤과 달리 장수발자국 안에는 도롱뇽의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는다. 냇가로 내려갔다. 낮에 보았던 첫 산란 현장에는 여전히 많은 도롱뇽이 몰려 있다. 이들은 한창 산란 중이다. 관찰일기 쓴 날 : 2022년 1월 27일 목요일 밤 10시 30분연가시이 조그만 우물 안에 참으로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이들은 도롱뇽이 알을 낳고 부화하면 그들의 먹이가 될 것이다. 장수발자국 안에 있는 연가시는 도대체 어떤 녀석일까?사전을 찾아보
* 대천 바당 : 대천 바다, 너른 바다의 뜻* 페적 : 표적, 표시해 놓은 흔적 따위* 엇(읏)나 : 없다당연한 얘기다. 바다 위로 배가 지나갈 때는 순간순간 바닷물이 뱃전에 부딪혀 물거품이 일 뿐, 배가 지나가고 나면 잔잔해지면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그처럼 세상에는 어떤 일을 했었음에도 자취가 남아 있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허무함을 직설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럴싸한 빗댐이다. 우리 제주 선인들, 사물의 이치에 통달했기로 이런 비유가 나온 게 아닌가. 제주의 속담을 음미하다 보면 색다른
2018년 11월, 한림에 일이 있어 다녀오는 길이었다. 도내에서는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고 운전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 터라, 돌아올 때는 오로지 감으로 낯선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시간은 오후 4시와 5시 사이였을까. 서쪽 수평선 가까이에서 비추는 햇볕이 벽에 반사돼 자그마한 동네집들이 황금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어느 한적한 시골동네 좁은 2차선 길을 천천히 운전하고 있는데 내차 앞으로 참새 대여섯 마리가 문이 열린 돌창고 안으로 쌩하고 들어갔다.참새를 쫓던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참새가 들어간 돌창고 안으로 향했고 뉘엿뉘엿 지고
일강정(一江汀) 마을의 자랑, 제주 ‘강정천’의 주인은 백년가약의 상징인 원앙이다.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새가 떼 지어 강정천을 찾았다. 강정천은 원앙들의 낙원이자 보금자리가 된 지 오래다. 누가 그랬던가. 신선은 부럽지 않으나 원앙은 부럽다고. 무리 지어 짝을 찾고 추파를 던지듯 물을 튀기며 여기저기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 작은 냇가에 인간의 욕망과 갈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만, 좋은 것만 보라 한다. 원앙금침(鴛鴦衾枕)에 누운 듯 설레는 마음으로 새봄과 연애하라. / 글 = 김봉현 기자
제주올레 2코스는 2008년 6월 28일 오전 10시 ‘광치기’해변에서 7코스로 개장되었으나, 전체적으로 올레 코스가 재조정되면서 2코스로 명명되었다. 구간은 ‘광치기’에서 온평리포구 까지 15.6km로써, 성산읍 고성리·오조리·온평리 세 마을을 지나는데 39리가 넘는다.‘터진목’의 벼락치듯 ‘광치기’가 없었다면, 성산일출봉은 시방도 ‘통밧알’에 잠겨 있을지도 모른다. 한라산 남쪽과 달리 조천에서 성산까지는 해안가 내수면을 안아 설촌 된 마을이 많은데 오조리가 그중 하나다.일찍이 1907년 전후하여 ’통밧알‘ 낮은 곳에 둑을 쌓아
관찰일기 쓴 날: 2022년 1월 25일 밤 10시 27분도롱뇽 산란기 관찰을 연재하는 이유도롱뇽 산란기를 관찰하고 연재하기로 했지만, 솔직히 두렵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구더기가 무섭다면 영영 장은 담그지 못한다.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도롱뇽알이 해마다 훼손되는 건 사람들이 도롱뇽알임을 모른다거나 혹은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몰라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사실 나부터 그랬다. 도롱뇽이 1급 청정수에만 산다는 사실을 모르기 전엔 그저 징그럽다고만 여겼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달라졌다. 전
설날이 며칠 남지 않은 황금 연휴의 토요일입니다. 이번 주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겨울나무의 대표격인 동백나무를 소개해 드립니다. 동백나무를 설명하기 위하여 동백나무의 꽃에 동박새를 넣어 직접 그려 본 그림을 먼저 보여 드립니다.새에게 꿀을 제공하고 꽃가루받이 하는 꽃을 조매화(鳥媒花)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에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하여 작고 귀여운 동박새와 전략적 제휴를 함으로써 종족 보존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이 동백나무입니다.겨울철 이 동백나무는 시들지 않은 푸른 잎에 눈 속에 피어난 붉은 꽃, 그리고 그 안에 노란 수술
* 간 듼 : 간 데는* 떼여 먹곡 : 떼어 먹고* 더 부튼다 : 더 붙는다당연히 떡은 먹다 보면 축나게 마련이다. 끊어 먹다 보면 양도 줄어들고 그 수도 줄어들지 않는가. 먹는 음식이라는 게 다 그렇다. 하지만 말은 다르다. 어떤 사실이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는 사이에 달라져 버린다. 말에 말이 더 붙었으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어늣새 그럴싸하게 내용이 바뀌어 있기도 한다. 듣는 이의 귀에 거스르지 않아 듣기 좋게 꾸며지는 것이다. 이른바 글을 좋게 한다고 화려한 말로 다듬어 윤문(潤文)하는 것과 같은 이
“이거 50년 넘은 빗이에요”흰색 가운 앞주머니에 꽂혀있는 윤기 나는 흑색 빗은 그의 오랜 동료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호텔 이용실에서 일했을 때, 다시 고향 한림에서 가게를 열었을 때도 함께했다. 이발소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을 짐작케 하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세기도 훨씬 넘은 60여년을 이발사로 살아온 임영삼(81, 신라이용실 대표) 장인. 첫눈에 보기에도 반듯한 흰 가운 차림과 말끔한 가위질에서 장인의 품격이 읽혔다. 벌써 50년 넘게 사용해온 빗의 곧은 빗살처럼 그는 늘 반듯한 옷매무새와 이발 솜씨로 손님들에게 각
겨울 한라산을 올라본 적 있는가. 중산간 들판의 고수목마(古藪牧馬)를 본 적 있는가. 오래전부터 몸과 눈에 익숙한 풍경이나 이토록 소중한 것인줄 몰랐다. 말이 필요없다. 눈덮힌 한라산에서, 겨울을 이겨낸 들판에서 시인이 되어보라. 투박하고 성글지라도 겨울 시인의 되어보라. 뜨스운 겨울 시인이 되어 보라. / 글=김봉현 기자
관찰일기 쓴 날: 2021년 1월 25일 16시 10분제주 특산 중 하나인 제주도롱뇽을 아십니까?2010년 3월 중순, 우연히 들렀던 제주시 애월읍 항파두성의 장수물에서 장수발자국 안에 가득한 도롱뇽알을 보았습니다. 주변엔 몇 개의 알이 훼손된 채 말라가고 있었지요. 인터넷 검색으로 그게 제주도롱뇽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어느 마을에서 주민들 몇이 도롱뇽알을 술에 타 마시고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 외에도 도로포장, 인공배수로 등등의 이유로 도롱뇽의 수난사는 그치지 않고 있다고 했지요. 제주
* 못 존디게 : 못 견디게 * 굴민 : 굴면* 용시 : 농사 / ‘용시’ 또는 ‘농소’→ 농사땅도 숨을 쉰다고 한다.이따금 한두 해 농사를 쉬었다 해야지 계속 작물을 재배하면 소득이 매우 안 좋다는 얘기다. 땅도 무리해 농사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못 견디게 군다’고 의인화한 표현이다. 사람이 일하다 지치면 고단한 신체에 휴식을 취해서 원기를 회복해야 하듯이, 땅에 농사짓는 것 또한 같은 이치라는 것을 매우 실감 나게 나타냈다.워낙 토질이 척박한 제주도는 예로부터 농민들이 이로 인해 보통 골머리를 앓았던 게 아니다. 5년이고 10년
처음에 어르신이 오합주를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설명해 주셨지만,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일반적으로 제주에서 오합주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는 “오메기청주, 꿀, 계란, 참기름, 생강”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어르신의 오합주 만드는 방법을 듣고서야 김순화 어르신의 오합주가 이해가 되었다.“오합주에는 계란 또시(그리고, 또를 의미하는 접사)... 청 또시.... 참기름 또시... 찹쌀 또시..... 누룩. 여기에 끓인 물이 있어야 해. 끓이지 않으면 안되어.”참고로 옛 어른들은 꿀을
태초의 숲도 필시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절물’, 너처럼.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숲의 바람도 까마귀 울음따라 흘러들어 절로 맑아지는구나. 마치 숲의 정령을 수호하는 듯 모든 생명들의 잡담(雜談)까지도 거슬림없는 다라니(陀羅尼)가 된다. 대롱 낙수 아래에서 한 평생 햇볕을 쐬지 않고도 질긴 숨을 지키는 초록의 이끼마저 가끔씩 날아와 목축이고 가는 모든 생명들을 품는다.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의 ‘절물’, 너는 절로 맑구나. / 글=김봉현 기자
탐라국에는 섬이 많다. 79개의 섬 가운데 유인도가 8개나 된다. 이 중 하나가 제주올레 1-1코스 우도이다. 이처럼 탐라국 동쪽 끝, 섬 속의 섬 우도는 삼백예순날 물 위에 떠 있다. 사료에서 우도는 세종실록 84권 1439년(세종 21) 윤2월 4일 당시 제주 도안무사 한승순 이가 왜선이 정박할 수 있는 위험한 곳과 이에 대한 방어 조건을 보고한 자료에 보면 “정의현 동쪽 우봉(牛峯)과 대정현 서쪽 죽도(竹島)는 왜선이 모르게 정박할 수 있는 곳인바…. 우도(牛島) 인근에 있는 수산(水山)에는 모두 성곽이 없습니다. 만약 왜적이
커피동굴플랜트,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휙, 휙, 눈앞에선 선사시대 석기인들의 모습이 스쳐 간다. 밤사이 눈이 쌓이면 어쩌나, 운전이 걱정되었다. 다행히도 눈은 쌓이지 않았다. 오전 9시, 간간이 날리는 눈발과 함께 집을 나섰다.이번엔 예비 중학생 2학년인 시원이와 함께했다. 책방 문화도 경험하게 할 겸, 청소년기에 찾아올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렘을 안고 찾아간 곳, 책방 “커피동굴플랜트”는 사라봉으로 가는 길 입구에 있었다. 책방지기 박선정 씨는 얘기를 나누는 동안 시원이가 무료하지 않도록
이번 주에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돈나무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돈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와 제주도, 일본, 타이완, 중국 남부 일부에 걸쳐 자라는 자그마한 늘푸른나무로 다 자라도 키가 3~4미터에 불과하지만, 가뭄과 해풍에도 잘 견디는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나무입니다.돈나무는 열매가 익어서 벌어지면 그 안에 붉고 끈적끈적한 점액 물질이 곤충을 불러들이는데 계절적으로 나비와 벌은 자취를 감추고 똥파리, 진딧물, 딱정벌레 등이 몰려들어 무리를 이루는 모습이 지저분하다고 하여 똥나무라 하였는데 이 나무의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이
* 독새기 : 달걀, 계란* 묻곡 : 묻고, (깊이) 품고* 조식 : 자식, 자녀옛날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어디 있었겠는가. 김치를 담가 두고 일 년 내내 먹으려면 기온 변화로 빨리 시어 버리므로 뒤란 같은 데 땅을 깊이 파묻었다.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지혜였다. 갈치, 고등어, 우럭, 멸치 같은 어물을 볕에 말려 두었다 먹는 것도 부패를 막기 위한 경험칙의 소산이다.잘 말린 우럭을 고팡(광) 보리쌀 항아리에 넣었다가 제삿날 내놓아 바람 쐬고 석쇠에 구워 제사상에 올리던 기억이 난다.달걀을 잿속에 묻는 것도 한가지다. 재는 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