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世通, 제주읽기] (47) 조너선 갓셜 『스토리텔링 애니멀』/ 노대원 교수 우리는 문학에 대해 문학적으로, 또는 인문학적으로 말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면 문학과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말하는 것은 어떨까? 이를테면, 우리가 이야기를 즐기는 ‘과학적’ 이유는 뭘까? 답은커녕 이런 질문조차 생소하지만 이제는 이런 질문에 성실한 답변을 제출하는 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저자, 조너선 갓셜은 젊은 문학 연구자답게 도전적으로 문학과 과학, 또는 과학과 예술의 접점에 천착해왔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이 ‘스토...
[BOOK世通, 제주읽기] (46) /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 예술의 근저에는 감성이라는 소통 기재가 존재한다. 따라서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성의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감성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서 체계적인 인식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한 것인지 조차도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근대 초기부터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치열하게 존재해왔고 그것으로부터 예술이라는 체제가 공고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감성에 관한 체계적연 연구의 장구한 역사 속에 단...
[BOOK世通, 제주읽기] (45) 이사야 벌린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이유선 교수 1.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진리가 승리할 것이고, 정의는 늘 진리의 편에 선 자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은 매우 강력한 것이어서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 믿음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면 몰매 맞기 십상이다. 그러나 명백한 진리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의에 편들고 있다고 보여지는 사람들이 그와 같은 주장을 내세우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믿는 것은 진리가 아니며 거짓 선동에 휘둘...
[BOOK世通, 제주읽기] (44)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 『미학 안의 불편함』/고영자 미학자·번역가 제주도정은 지난해 8월 "동아시아의 지중해라는 지정학적 여건을 활용해 제주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조성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를 위해 ‘세계섬문화축제’의 부활이라든가 국제예술축제의 한 형태인 ‘제주비엔날레’와 같은 메가급 국제행사의 구상과 계획을 내놓으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확실히 최근 제주사회 내 ‘문화·예술’ 담론 형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
[BOOK世通, 제주읽기] (43) 에르네스토 라클라우 , 샹탈 무페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 』/서영표 교수 아르헨티나 출신의 정치학자 에르네스토 라클라우(Ernesto Laclau)와 벨기에 태생의 정치이론가 샹탈 무페(Chantal Mouffe)가 함께 저술한 『헤게모니와 사회주의전략』의 초판이 출간된 것은 1985년이었다. 그 때 두 사람 모두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노동계급의 중심성과 경제의 우위를 부정하는 도발적인 수정은 불쾌한 것이...
[BOOK世通 제주읽기] 필진들이 추천하는 '2017, 이 책' 오늘 대한민국은 아프다. 제주도 역시 신음한다. 부패와 분열, 반목과 파괴로 병들어가고 있다. 정의와 치유, 소통과 상생으로 회복하는 '힘'이 필요하다. 정유년(丁酉年) 새날에 '책 읽기'를 권하는 이유다.
[BOOK世通, 제주읽기] (42) 브라이언 보이드 『이야기의 기원』 /노대원 교수 세상엔 온갖 이야기들이 넘쳐 난다. 재미난 소설과 영화, 드라마와 웹툰은 오늘도 계속 창작되고 있다. 독자와 관객들은 이야기 없이는 인생도 없다는 듯이 이야기에 매혹된다. 물론 영화나 소설에만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짧은 광고 영상이나 뉴스에도 자세히 살펴보면 크고 작은 이야기가 있고, 무릎 위에 손자들을 앉힌 할머니, 할아버지의 소박한 옛날이야기도 있는 법이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 정말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다. 요즘에는 교육에도 이야기가 필요하다며...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41) 제럴드 에델만 『세컨드 네이처』/김준기 관장 인문/사회과학이 대세였던 1980년대에 필자에게 유물론은 세계의 근본문제를 좌우하는 황금잣대였다. 그 유물론이 철학적 토대에서 세워진 매우 관념적인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 데는 2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돌이켜보면 근대 이후의 인문/사회과학은 자연과학에 큰 빚을 지면서 진화해왔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을 토대로 무의식이라는 문제를 얘기했을 때, 그것은 세기를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사건의 근저에는 진화론이 있었다. 다윈의 진화론이야...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40)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1. 광화문에서 오랜만에 광화문에 나가 보았다. 학교 앞에서 탄 버스는 마치 MT라도 가는 듯 들뜬 학생들로 가득했다. 버스가 서울역까지만 운행했기 때문에 서울역부터 걷기로 했다. 얼마나 거리에 있게 될지 몰라서 지하 식당가에 들어가 우동 한 그릇으로 요기를 했다. 거리로 다시 나오니 다양한 깃발을 든 사람들과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즐겁게 웃으며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30년 전에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며 스크럼을 짜고 내달렸던 비장한 거리...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9) 매튜 배틀스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고영자 박사 일찍이 고전 중 고전의 반열에 오른 만큼 오래된 미국 영화 (아더 힐러 감독, 1970년)를 기억하시는가? 물론 그 영화가 개봉될 당시 필자는 갓난아기였지만, 이 영화가 한국에 들어와 극장가를 달구고 그 주제곡인 ‘눈싸움(Snow Frolic)’이 인기절정에 달했던 것은 나의 학창시절이었다. 그 영화 속엔 명장면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올리버(라이언 오닐 분)가 제니(알리 맥르로우 분)를 처음 만나게 되는 하버드...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8) 노명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노대원 문학평론가·제주대 교수 혼자 밥과 술을 즐긴다는 ‘혼밥족’과 ‘혼술족’. 심지어는 광장 촛불집회에 혼자 참여한다는 ‘혼참러’라는 말까지. 이제 혼자 살기 또는 혼자 놀기는 대세인 모양이다. 언어가 한 사회를 반영한다는 논리를 따르자면, 우리 사회는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무엇인지 논하는 것이 사회학의 중요한 일이었다면, 이제 사회학마저도 ‘홀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따져 묻는 ...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7) 힐러리 웨인라이트 『국가를 되찾자 - 대중 민주주의의 실험실을 찾아가는 현장 탐사기』/서영표 제주대 교수국가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우리들 중 대부분은(결코 전부는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어떤 나라의 ‘국민’이었다. 하지만,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무수히 많은 불만과 갈등이 국가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성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 놀라움은 질문을 던지지...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6) 혜강 최한기 『기학(氣學)』/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우주가 문제다. 이제 우주는 비합리적인 기복과 주술의 표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말 때문이다. 이 문장에는 우주를 기복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주술적 심리가 담겨있다. 개탄스럽다. 우주란 그런 게 아니다. 인간 개인의 욕망이나 염원과 우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우주는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서 나거는 인격신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宇宙)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5) 지그문트 프로이트 『종교의 기원』/이유선 교수 1. 샤머니즘의 부활 언젠가 전철을 타기 위해 전철역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어떤 중년 남성이 앞에서 다가와서 내게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정확한 문장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선생님은 남다른 기운이 있으시고 복이 넘치는 인상이네요.” 정도의 말이었다. 그 말이 너무나도 진실하게 느껴져서 잠시 시간을 내어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약속 시간이 촉박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인상이 훌륭한가 하는 우쭐한 느낌은 나중에 아...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4) 정진국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고영자 미학자·번역가 파리에서 8년 동안 체류하다 귀국한지도 조금 있으면 벌써 10년이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내가 살던 파리 16구 빠시(Passy) 동네는 여전할까? 이 동네는 중세 때 포도밭 풍경이 펼쳐지던 수도원 마을이었다. 혁명 후 귀족의 삶을 모방해서 부유한 부르주와 계급들이 차츰 몰려들면서 부촌으로 성장했다. 1860년 파리시에 합병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지역과 관련한 사건과 인물들의 이름을 딴 무수한 도로명만 보아도 이...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3) 헤르만 크노플라허 『자동차 바이러스』 그 해악과 파괴의 역사 뜬금없는 생각하나가 머리를 스친다. 골목에 대한 기억.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서울 외곽의 동네는 전국의 모든 도시의 변두리처럼 골목들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좁다랗고 구불구불한 골목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엄마들의 친목모임 장소였고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그렇게 좁은 공간이 야구장이 되기도 했고 축구장이 되기도 했으며 돌멩이 세워놓고 쓰러트리는 ‘원시적인’ 놀이의 장소이기도 했다. 골목 근처 맨땅 위에 돌조각이나 나뭇가지로 ...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2)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장이지 시인·제주대 국문과 교수 오쓰카 에이지(大冢英志)는 일본 소설사를 ‘자연주의적 리얼리즘’과 ‘만화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으로 대별하여 설명하는 독자적 시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용어법은 다소 편의주의적인 것으로 기존의 문예사조사적 지식과는 배치되는 면이 있다. 단순하게 말해도 된다면, 전자는 ‘현실’을 재현하는 수법이고 후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재현하는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소설(私小說)을 중심으로 한 본격소설이 대체로 전자에 대응되는 것이라...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1) 존 롤즈 『정의론』/이유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성실하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인간다운 삶을 살 줄 알았다. 비록 상아탑의 유령 취급당하는 시간강사로 떠돌면서 살아온 삶이지만 강단에서는 늘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사람은 네가 이겨야 할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너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시켜도 좋은 수단이 아니라고, 네가 함부로 무시하거나 경멸해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 사람의 고통이 너의 삶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그 학생들이 그와 같은 가...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30) 이소마에 준이치 『상실과 노스탤지어』 /고영자 박사 지난 해 영화 이래, 올해는 , , , ,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되어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이들 영화는 동일 시대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각기 다른 지점에서 각양각색의 인물과 이야기들로 꾸며져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사(내셔널 히스토리)라는 것이 국민 또는 국가의 이름으로 과거에 대한 공공의 기억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예술로서 ...
[북세통Book世通, 제주읽기] (29) 벨 훅스 『행복한 페미니즘』 서영표 제주대 교수 벨 훅스의 말처럼 페미니즘은 흔히 ‘남자들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여자들’을 상징한다. 페미니즘의 핵심은 ‘남성’과 동등한 지위와 대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페미니즘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비판정신을 버리고, 그리고 수많은 자매들의 처지를 무시한 채 ‘남성들의 세상’에서 경력을 쌓고 특권을 누리는 소수의 여성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겠다. 여성해방의 전사처럼 말하지만 여성의 얼굴을 한 남성성의 변종을 만들어 내는 잘 나가는 여성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