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진의 제주음식이야기] (12)꽃과 나물과 기름 - 유채꽃

 어느 시인이 제주 역사의 아픈 기록 4.3을 일러 유채꽃이 피로 물들었다고 표현 한 싯구가 있다. 노란 유채꽃밭에 검붉은 피가 뿌려지는 것을 상상만 해도 얼마나 섬뜩하고 참혹한가? 그만큼 4.3의 아픔이 우리 제주사람들에게 준 상처의 깊이가 깊다는 표현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왜 유채꽃인가? 오래전부터 제주에서는 유채를 경작해 왔기 때문이고 특히 4월의 제주, 제주의 봄을 대표하기 때문이리라. 온 섬을 노랗게 물 들이고 그 노란 꽃에 매료된 관광객들을 제주로 불러들이니 참 고마운 식물이라 하겠다.

▲ 유채 나물 ⓒ양용진

▲ 유채꽃 ⓒ양용진
  유채는 원래 지중해연안이 고향이라고 하는데 실제 주로 자라는 곳은 중국의 남방지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에 분포되어있다고 하며 주로 온대에서 아열대로 넘어가는 지역에서는 골고루 분포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전역과 남부지방 일부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으며 몇 해 전부터는 서울 등 대 도시의 강변공원 등지에 봄을 상징하는 꽃으로 심어지고 있다. 그만큼 낮은 키에 무리지어 만개하는 개화 형태가 관상용으로 가치가 크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농업분야의 학자들은 1960년대 초반부터 경제작물로 재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제주의 어르신들은 어릴 때부터 재배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결국 60년대 이전에는 제주지역에서만 식용으로 이용된 것으로 추정 할 수 있겠다.

  유채를 경제작물로 재배했다는 것은 결국 기름을 얻기 위해 재배했다고 단정 지을 만큼 유채하면 유채기름을 떠 올릴 수 있다. 옛 제주사람들에게 기름이라고 하면 바로 유채기름을 이를 정도로 제주에서는 일반적인 기름이었고 그 밖의 기름은 참기름, 들기름, 동백기름 등 원료의 이름을 반드시 표기했으니 이 또한 유채기름이 일반화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유채를 유채라 부르지 않고 지름나물이라고 불렀는데 이 또한 유채종자가 기름의 원료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관광산업이 활성화됨과 함께 특용작물로서의 가치보다는 관상용으로서의 가치를 더 중시하면서 그 용도가 불분명해 지고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값싼 식용유에 밀려 지극히 일부 가정에서만 빈 소주병 서너개에 담겨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좀 더 일찍 관광객을 끌어 들이기 위해 유채꽃과 흡사하면서도 유채꽃보다 두달정도 일찍 개화하는 동지꽃(배추꽃)을 유채꽃이라 부르고 있는 현실이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바이오에너지로서의 가능성과 수입 카놀라유가 인기를 끌면서 다시 유채기름에 대한 관심이 살짝 높아진 듯 하다. 서양 사람들이 말하는 카놀라유가 바로 유채기름이고 다른 기름보다 좋다는 평가가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인데 다만 제주사람들이 예전에 먹던 유채기름과 요즘의 카놀라유는 추출방법이 다르므로 똑같은 기름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전 제주사람들은 참기름, 들기름처럼 유채기름도 압착유로 추출하여 순도가 높지 않고 열을 가하면 거품이 부글거리는 기름이었다. 현대의 식품학기준으로 보면 질 낮은 기름인데 오히려 이점이 좀 더 자연에 가까운 음식으로 인정받아 대도시에 거주하는 친환경 음식 메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제주의 향토음식점에서도 이를 활용하여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이 기름으로 전을 부쳐 준다면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 유채꽃 ⓒ양용진

  유채는 앞서도 말했듯이 지름나물이라고 불렀고 이는 식용나물로 이용했다는 것인데 재미있는 것은 유채라는 작물은 1월 경 겨울의 한복판에 여린 잎이 솟아 올라오면 이 잎을 잘라 나물로 먹고 그 이후에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우고 종자를 뱉어낸다는 것이다. 그냥 두어도 꽃대가 올라오고 여린잎을 잘라버려도 꽃대가 올라오니 이를 안 먹을 이유가 있겠는가? 더구나 우영밭의 나물이(배추)눈을 맞아 억세어진 시기에 나물이 귀해 톳이나 모자반을 나물처럼 먹어야 했던 상황에서 부드러운 지름나물은 그 가치가 클 수밖에 없었으리라 짐작 할 수 있으며 특히 나물로도 무쳐먹지만 신선한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었다는 사실도 고마운 재료라 아니 할 수 없겠다. 가을과 겨울에 걸쳐 배추를 솎아 먹듯이 유채도 잎을 솎아 먹는다는 사실은 유채 산지인 제주 사람들 외에는 잘 모르기 때문에 외지인들에게 이를 말해 주면 신기해 한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유채꽃을 식용으로 이용했다는 증언도 확인된다. 생식으로 또는 튀김으로 활용했다고 하는데 요즘 식용꽃이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볼 때 이를 냉동 보관하여 식용꽃으로의 산업화 가능성도 타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마다 유채꽃잔치를 진행할 때 보면 분명히 제주 음식의 전통재료인 유채꽃이 사진을 찍기 위한 배경으로만 치부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유채꽃이 갖는 다양한 활용가능성을 우리는 스스로 단순화 시켜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유채와 유채꽃 요리 경연대회, 유채꽃과 나물 시식회 등 좀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제주의소리>

<양용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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