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민의 제주맛집] 제주의 여름대표음식 자리물회 만들기

   

여름입니다.
개인적으로 땀이 무척 많은 저로서는 이 여름이 무척이나 고역입니다.
게다가 걸어서 출, 퇴근을 하는데, 특히나 출근길 따가운 햇볕을 맞고 걷다보면 바람 솔솔 통하는 대청마루가 간절합니다. 거기에다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물회 한 사발  들이켰으면 좋겠다고 아침부터 쩍쩍 입맛만 다십니다. 아침밥 배불리 잘 먹고 출근하는 길에 말이지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이번 기사는 자리물회다.’ 그것도 제가 직접 만드는 과정을요.
사실 제가 자리물회는 꽤 잘 만들거든요. 더구나 맛집 기사 쓰면서 ‘실제로 음식 만들 줄은 아냐?’ 하고 의혹을 가지는 분들이 계셔서 이 기회에 싸악 거두시라고요.

▲ 제주시 동문시장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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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두 남자 반바지 차림에 껄렁껄렁 동문시장엘 갔습니다. 여기에서 두 남자란 저와 사진을 담당하는 안현준 PD이지요. 남자 둘이 시장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더군요. 모 개그프로의 유행어를 따라하면서 같이 낄낄댔습니다. “괜찮다아...”
새벽에 비가 많이 내려 싱싱한 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 자리물회의 주재료 '자리돔'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 앙증맞은 '자리돔'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자리물회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자리돔을 다듬는 것입니다. 그리고 꼬리쪽에 붙어 있는 지느러미가 워낙 세서 그걸 꼭 제거해야 하고요. 그런데 시장에는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다듬어서 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늘을 벗기고 지느러미를 제거한 것으로 만원어치를 구입했습니다. 머리는 붙어 있는 채로요. 머리까지 없앤 것으로 사면 편하기는 한데 속에 들어 있는 알과 내장도 같이 제거되어 자리물회 특유의 고소함도 같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머리는 제가 직접 다듬기로 했습니다. 다 아시죠. 약간의 수고는 맛있는 음식의 기본인  것...

   
▲ 향이 독특한 '제피'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자리돔을 구입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이제 야채만 구입하면 되니까요. 제주의 물회라는 것이 자리돔과 야채를 같이 넣어서 된장에 버무린 후 물을 부으면 되는 아주 단순한 요리이지요. 자리물회에 빠지면 안 되는 제피잎이 있을까 했더니 마침 아주머니 한 분이 팔고 있어서 한 곳에서 다른 야채도 다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두 남자의 장보기가 끝났습니다. 덤으로 주차장 옆에서 할머니 한 분이 파는 직접 짠 참기름 한 병까지...

자리물회 만들기 - 어라 숟가락을 세울 수 있네!!

시장에서 구입한 재료를 가지고 이제 드디어 자리물회를 만듭니다.
재료: 자리돔, 오이, 깻잎, 부추, 매운고추, 미나리, 양파, 제피잎
양념: 된장, 다진마늘, 고춧가루, 식초, 참기름, 통깨

▲ 야채들, 실수로 고추가 빠졌다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 고소한 참기름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자리물회 만들기는 앞에서 얘기했듯 참 간단합니다. 하지만 자리돔을 일일이 다듬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정입니다. 더구나 머리를 제거하지 않은 자리돔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사실 자리돔 썰기를 끝냈다면 자리물회 만들기는 90% 완성입니다. 자리돔 썰기에서 필수적인 것 바로 잘 드는 부엌칼입니다. 기껏 재료 다 장만해 놓고 칼이 안 든다면 자리물회 먹기는 포기하고 구워먹거나 그냥 된장에 찍어 와작와작 씹어 먹는 것이 좋습니다.

자리돔은 내장과 알이 빠져 나오지 않게 머리만 제거하고 물에 헹구듯이 한 번만 씻어줍니다. 정확히 하면 흐르는 물이 아닌 담겨진 물에 한 번 휘이 헹구어서 건져놓는 과정이지요.
 자리돔을 한 마리씩 직각으로 5등분이 되게 썹니다. 처음 하시는 분 “칼로 자리를 잡는다”는 생각이 들지 모릅니다. 어디 처음부터 잘 되는 일 있나요. 숙련이란 오랜 노동의 결과이니까요. (저는 참 갖다 붙이는 것 잘 합니다.)

   
▲ 주황색을 띄는게 '자리알'이다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자리돔 썰기를 마쳤으면 이제 야채를 준비합니다. 오이와 양파는 채 썰고 부추와 미나리는 약 2센티 정도로 썰어 준비합니다. 매운고추도 종종 썰어서 그릇에 준비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피잎은 다지듯이 썰어 줍니다. 사실 제피의 향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제 고향 서귀포 효돈에서는 이 제피잎을 넣지 않으면 자리물회 맛이 안 난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음식은 추억이라고 그 맛에 익숙해진 제가 야심차게 준비한 것이지요.

각자 본인의 기호에 따라 야채를 가감해도 되는데 오늘 만드는 자리물회는 제목에서 밝혔듯
숟가락을 세울 수 있는 자리물회입니다. 즉 자리돔과 야채가 풍성하게 어우러져 건더기 가득한 그런 자리물회입니다. 정말로 숟가락을 세울 수 있는지는 사진이 말해줍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는 자리물회를 드실 때마다  “자리물회에 숟구락 톡 허게 꽂으민 자빠지지 안 허여사 제라헌거주게...” 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 된장, 고추가루, 다진마늘, 풋고추, 매실청, 거기다 참기름까지 듬뿍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 사정없이 비벼 주세요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이제 모든 재료를 씻고 썰기를 끝냈으면 그릇에 한 데 넣고 된장양념을 할 차례입니다.
당연히 날된장이지요. 제주의 모든 물회나 냉국에는 날된장이 들어갑니다. 된장을 끓여서 차게 한다는 조리법은 애초에 없습니다.
된장, 고춧가루, 참기름, 다진마늘, 통깨, 그리고 매실청(저는 담근게 집에 있어서, 없으면 설탕이나 물엿조금...)을 넣고 함께 재료와 버무립니다.  자리돔과 야채에 양념이 고루 배이도록 나무주걱으로 꼭꼭 눌러가며 힘차게 버무립니다. (된장을 많이 넣으면 국물이 짤 수 있어 물을 많이 넣게 되기 때문에 저는 두 숟가락 넣었습니다.)

   
▲ 마지막은 삼다수로 마무리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 진짜, 숟가락을 꽂아도 안쓰러진다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야채와 자리돔에 양념이 잘 배이면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 맛있습니다. 살짝 간을 보고 적당하다고 판단하면 이제 물을 넣습니다. 당연 제주의 물이지요. 이제 완성입니다.
숟가락 쓰러지지 않습니다.

빙초산 넣어...? 말어...?

이제 자리물회를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리물회는 뭐니뭐니 새콤한 맛이 빠지면 2프로 부족할 터 바로 식초였습니다. 톡 쏘는 새콤한 맛을 위해서 주로 빙초산을 넣게 되는데 그게 과연 인체에 무해할까 입니다. 아니 무해유무를 떠나 뼈째 먹기 좋게 가지런히 썰어 놓은 자리돔과 신선한 야채가 풍성하게 어우러진 웰빙음식에, 화학반응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을 넣느냐 마느냐 고민이 된 것이죠.

▲ 사과식초와 빙초산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생각은 깊게 시간은 짧게 고민을 끝내고 저 빙초산 안 넣었습니다. 대신에 2배식초 넣었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효돈 우리집 뒷마당에 심어진 하귤을 몇 개 따올 걸 그랬습니다. 식초대신 하귤즙을 넣으면 새콤한 맛을 맛있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데 말이죠.

▲ 어름 동동 시원한  '자리돔'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얼음 동동 띄우고 숟가락으로 내용물을 건져 올리니 참 알찹니다. 시원한 국물이 끝내줍니다. 자리돔 만원 어치와 야채 6천원, 도합 만 육천원이 숟가락을 세울 수 있는 제주웰빙음식 자리물회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입니다. 자 한 번 집에서 만들어 보자고요. 시작이 어렵습니다. 한 번 만들어 버릇하면 재미 꽤 쏠쏠합니다.

▲ 제주 대표 여름음식 '자리물회' 대령이요~ ⓒ 제주의소리 안현준 기자

기사후기: 자리물회 다 만들어 사진촬영을 끝내니 안현준PD가 자리물회를 못 먹는답니다. 뼈를 잘 씹지 못 한다나 어쩐다나... 국물만 먹는답니다. 여덟명은 먹을 수 있는 양인데....
하긴 처음부터 특급호텔 주방장인 제 친구에게 나눠 먹으려고 양을 많이 한 것도 있었고요. 주방장이 맛있답니다. 서창범씨! 인사치레로 맛있다고 한 건 아니지요?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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