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민의 제주맛집]제주시 오라1동 국수천하

   

제주도엔 유달리 국수집이 많다.
골목어귀마다 국수라는 대표음식을 앞 혹은, 뒤로 넣고 상호를 달아 장사하는 것을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다. 한 끼 간단히 끼니 때우는 대체음식이 제주에선 도민음식으로 훌륭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내 고향 서귀포에선 상가(喪家)에서 손님 접대할 때도 거의 모두 국수다. 그러고 보면  먼 길 떠나보내는 고인에게도 최대한 예의를 갖춘 음식이란 나만의 생각은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도민음식인 국수 나도 참 좋아한다.
특히나 국수라는 말을 들으면 어릴 적 초등학교 때의 기억이 같이 되살아난다. 혼분식 장려운동의 일환으로 동요를 지어 부르게 하고, 거대한 면발을 부각시키고 아이가 국수를 먹는 모습과 밑에는 “혼분식을 합시다.”라고 썼던 계몽포스터 말이다. 그리고 그 동요를 얼핏 읊조려 보면 “모자라는 흰쌀에만, 가슴 설레던, 연약한 지난 날, 이제는 안녕, 혼식 분식에, 약한 몸 없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참 난 사소한 기억을 너무 잘한다. 이것도 병인가.)

   

이런 또 쓸데없이 옆길로 샌다. 국수집 소개하면서 주절주절 내 얘기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돌아간다. 이런 제주도 많은 국수집에 꼭 있는 메뉴란 바로 고기국수이다.
제주말로 배지근한 국물에 듬삭한 돼지고기를 듬뿍 얹어 놓은 고기국수는 그야말로 소박한 제주의 맛이다. 듬삭한 돼지고기 한 점을 면발에 같이 둘둘 말아 먹으면 행복해진다.

▲ 고기국수 ⓒ 제주의소리

우여곡절 많았던 국수집 취재...

이런 도민음식인 국수집을 진작부터 취재하고 싶었다. 그런데 조리법은 참 쉬운데 그 맛을 내기란 녹록치 않은 고기국수를 대표음식으로 하는 국수집 취재는 참으로 험난(?)했다.
이 국수집 취재를 위해 정확히 다섯 군데를 다녀왔다. 세 군데는 취재거부, 두 군데는 내 입맛에 안 맞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음식점 사장님 계시면 취재 안 하시겠다는 건 좋은데 중간에 전화 끊지 마세요. 전 소심해서 상처입어요.)어떤 개그맨은 “참 쉽죠 잉.” 했지만 나와 안현준PD에겐 무지 어려웠다. 어쩌면 국수집 취재는 숙제로 남겨두려고 하던 차에 이 집을 소개받은 것이다. (그것도 취재를 포기하고 나의 일터로 돌아가던 중에...)
드디어 공개한다. 고기국수 맛있는 집 제주시 오라1동 국수천하이다.

   

고기국수는 무엇보다 국물 맛에서 좌우될 것이다.
이 집 국물은 딱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개운함이다. 육지사람들이 고기국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마 첫마디가 “어떻게 돼지고기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냐?” 할 것이다. 이 말은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염려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이처럼 고기국수는 돼지고기냄새를 얼마나 입맛에 맞게 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이 집 고기국수의 국물이 딱 적당하다. 고기국수의 국물이 너무 진하면 느끼하고 돼지고기냄새를 아예 없애면 밍밍해지는데 아주 진함과 맑음의 중간이다. 숟가락으로 한번  맛을 보니 진한 뒷맛에도 개운함이 감도는 것이 기분이 좋다. 참 시원하다.

이 집 주인장 문인순 여사에게 국물 맛의 정체를 물으니 돼지사골로 열 두 시간가량을 끓인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수에 들어간 삶은 돼지고기가 참 풍성하다. 고기국수에 몇 점 안되는 돼지고기에 생색만 낼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쫄깃한 앞다리살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앞에서 말한 국수면발에 고기 한 점을 같이 돌돌 말아 먹으니 입안에서 감칠맛이 돈다.

▲ 김을 넣으니 고소하다 ⓒ 제주의소리

그리고 볶은 대파와 당근, 쪽파. 깨소금의 적당한 고명을 젓가락으로 휘이 저어서 먹으니 진한 국물과 어우러져 개운함이 더해진다. (개인적으로 볶은 당근이 참 좋다. 더 넣어달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옆에 김가루가 있어서  문여사에게 물어봤더니 취향대로 넣어 먹으란다. 그래서 처음엔  넣지 않고 먹었다. 왜냐 두 맛을 다 볼 수 있으니까...

두 젓가락정도 먹었을 때 비로소 김가루를 넣었다. 그런데 요 김가루 넣은 것이 참 고소하고 감칠맛이 돈다. 여기서 하나, 그렇다고 김가루를 너무 많이 넣지 말 것을 당부한다. 요 김가루란 녀석은 어디에서도(특히 국물에서...) 자기 맛을 잘 드러내서 자칫 김국이 될지 모른다. (이런 나의 친절함... 그런데도 초등학교때 선행상 한 번 못 받아 봤다.) 딱 다섯 조각이 적당하겠다.

▲ 비빔국수 ⓒ 제주의소리
   

국수집에서 국수 삶는 법을 배우다.

그런데 이런 진하고 개운한 국물과 고명에, 삶아진 국수 면발이 맛이 없다면 그야말로 맥이 빠질 터 이 집 면발  괜찮다. 알맞게 삶아졌고 참 쫄깃하다. 이 쫄깃한 면발은 특히 비빔국수를 낼 때 그 진가가 나온다. 쫄깃한 면발에 올린 고명이라고는 채 썬 오이. 데친 콩나물, 볶은 당근, 양파뿐인데 새콤달콤한 양념장과 더불

▲ 문인순 여사 ⓒ 제주의소리
어 씹는 맛이 참 좋다. 매운 걸 좋아하는 나의 입맛에 따라 양념장 더 달라고 해서 넉넉하게 넣어 맵게 더 맵게 해서 먹으니 참 좋다. 이제 더워지는 날씨에 딱인 메뉴이다. 양념장이 참 새콤달콤한 것이 맛이 있다.  쫄깃한 면발의 비법을 묻자 이제 국수집 5년째인 이 집 문여사가 그냥 당신이 하는 것이라며 알려준다.

“그냥 난 팔팔 끓는 물에 국수 가락 넣어그내 거품 올라와 가민 조금 불 죽이곡 그 다음 건졍 바로 찬물에 화륵허게 씻으민 끝이주게... 거품 올라와 가민 찬물 한 컵 넣곡 허지 않앵 기냥 솖앙 바로 찬물에 씻으민 쫄깃해여 ”

“그냥 나는 팔팔 끓는 물에 국수가락 넣고 거품 올라오면 조금 불을 줄인 후 건져서 바로 찬물에 재빨리 씻으면 끝이지. 거품 올라오면 찬 물 한 컵 넣고 하지 않고 그냥 삶아서 바로 찬물에 씻으면 쫄깃해지지.”

그리고 쫄깃한 면발의 비법은 뭐니 뭐니 해도, 주문 들어오면 바로 바로 삶아내는 것이라고 기분 좋게 웃는다. 어느 국수집이든 다 그러지 않겠냐고 하는데 그 웃음이 꾸미지 않은 제주의 소박한 인심과 닮았다.

<국수천하 안내>
위치: 제주시 오라1동 한라일보에서 한라산방향으로 직진 100미터
전화번호:064-702-3395
영업시간:오전 11시부터 새벽3시까지
주차장:없음
메뉴: 고기국수 4,500원, 멸치국수 3,500원, 비빔국수 4,500, 열무국수 4,500원, 콩국수 4,500원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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