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①] 해군기지 건설 기정사실?...희망의 끈 놓지 않는 주민들

 

정부 당국과 제주도 간 해군기지에 관한 협약서가 체결되면서, 해군기지 건설이 점점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필자는 벼랑 끝에 내몰린 가운데서도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마지막 분투를 기록하기 위해 강정마을로 들어왔습니다. 혹시 필요할 지도 몰라서  주민의 도움으로 숙소도 마련했습니다. 당분간은 집과 강정마을을 오가며 생활하려고 합니다. 언제까지가 될 지 모르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달프고도 눈물겨운 소식을 독자들께 전해보고자 합니다.  -필자 주

▲ 중덕 해안 당국이 해군기지 예정지로 발표한 바닷가다. 용암대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고, 이곳에서 바라본 서귀포시 해안은 무척 아름답다. 그동안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장태욱 시민기자

지난 4월 27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정부와 제주도 당국 간에 업무 협약서가 체결되었다. 사전에 주민들과 정부당국이 합의했던 6월 공동 생태조사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주민설명회도 경찰에 둘러싸인 채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파행적으로 진행되었다.

해군기지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강정마을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협약서를 체결한 한 쪽 당사자인 김태환 도지사는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출국하여 해외에 체류 중이다.

 

▲ 해군기지 반대 마을에 들어서면 가가호호 깃발이 꼽혀 있는 것을 볼수 있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보려는 노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장태욱 시민기자

행정이 진행되는 상황만 보면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일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지난 2년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줄기차게 싸웠던 마을 주민들과 외부에서 이들을 지원했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는 모든 과정이 허탈한 상황이다.

마을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정마을은 따사로운 봄의 햇살아래 모든 것이 화사하기만 하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꽃을 만발하게 피웠던 가로수 벚나무에는 새로 잎이 돋아났는데, 그 색깔이 신선하기만 하다.

▲ 귤 꽃 귤나무에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귤 꽃이 활짝 피었다. 이때가 되면 농민들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주민들은 이 바쁜 와중에도 해군기지 계획을 철회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장태욱 시민기자

마을 안길을 지나다보면 집 마당 입구에는 '해군기지 반대', '김태환 퇴진'을 요구하는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마당의 콘크리트 담벼락에서도 마을의 보존을 바라는 주민들의 간절한 열망이 그대로 드러난다.

귤나무에 새잎이 돋아나고 꽃망울이 맺히는 시절이다. 귤나무에 기생하는 벌레들은 어린 새순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시기 해충 방제는 1년 농사 중에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피어오른 꽃들이 충실하게 열매로 맺게 하는 일도 그해 수확을 좌우한다.

▲ 도청 앞 1인 시위 주민들은 바쁜 와중에도 도청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장태욱 시민기자
 

농민들에게는 분주한 계절이지만 그 와중에도 주민들은 서로 짬을 내며 투쟁의 불씨를 이어가려 애쓰고 있다. 5월 1일부터는 다시 제주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간 강정마을회에서 해군기지 반대투쟁에 늘 앞장서왔던 김규남씨와 양홍찬 위원장이 맨 먼저 도청으로 갔다.

마을에 서울에서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문화방송(MBC) PD수첩 제작진이 강정마을에 해군기자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점들을 취재하기 위해 마을회관을 찾았다. 이날 찾아온 피디(PD)수첩 제작진은 이승준 피디(PD), 조성수 감독, 신필성 조연출이다.

짧은 시간 내에 자료를 수집해서 방송을 준비해야하는 제작진도 바쁘고, 이들의 취재에 응하는 주민들도 바쁘다. 강정마을과 관련된 피디수첩 내용는 5월 5일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 서명숙 이사장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강동균 회장으로부터 중덕 해안 길을 올레길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를 듣는 모습이다. ⓒ장태욱 시민기자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도 마을을 찾았다. 며칠 전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이 서명숙 이사장을 찾아 해군기지 예정지인 중덕 폭구를 올레코스(제7코스)에 포함시켜 줄 것을 공식적으로 건의하자 서이사장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중덕해안은 매끄러운 용암대지가 넓게 분포하는 해안인데, 이곳에 서면 서귀포시 범섬과 문섬, 섭섬, 지귀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곳이 해군기지 예정지로 결정되면서 서 주민들은 아까운 바닷가를 잃게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 2년 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이 해안을 찾아와 평화를 염원했다.

▲ 좁은 길 주민들은 중덕해안을 살리기 위해 오솔길을 정비하고, 이 길을 제주올레코스에 포함시켜 줄 것을 건의했다. ⓒ장태욱 시민기자
 

하지만 그간 올레코스(제7코스)에서는 중덕 해안이 제외되었기에, 주민들은 올레꾼들에게 강정의 해안절경을 자랑하고,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해안 길을 정비하고 그간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가시덤불로 막혔던 곳에 낫을 들고 오솔길을 내었다.

 

▲ 강동균 마을회장 모처럼 얼굴에 미소가 오래 머물렀다. ⓒ 장태욱 시민기자
 

주민들의 뜻이 '제주올레' 사업단에 제대로 전달된 모양이다. 주민들은 서명숙 이사장으로부터 중덕 해안을 올레길에 포함시키겠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기뻐한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을 들은 강동균 회장의 얼굴에 오랫동안 웃음이 머물렀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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