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소리야 들어줘①] '감귤툰' 주인공 송현우

 

   
 
 

제주의 소리 측에서 창간 3주년을 맞아 ‘제주의 소리에 바란다’는 요청을 해왔을 때 “어,저저...”라는 말이 부지불식간에 나왔다.
 
생일을 맞아 덕담 몇 줄 적는 것이야 무에 망설일 일일까마는, 일순간 말더듬이가 됐던 것은 당혹감 때문이다. 

나 역시 제주의 소리에 고정적으로 원고와 글을 올리는, 어쩌면 제주의 소리의 객(客)보다는 주(主)쪽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왔었던 터라, 객 취급하는 소리에 좀 ‘머쓱’했다.나 혼자의 짝사랑이었던가?(머쓱)

그러나 그보다는 ‘가혹하게 비판을 해달라’는 말이 더 큰 당혹감을 줬다.타인을(그것도 대놓고) 비판하는 일은 내게 영 마뜩찮은 일이다. 비판을 업으로 삼았던 시사만화가란 전직이 있긴 하지만 당시엔 한 편의 시사만화가 세상을 (정의롭게)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망설여지는 것이다. 비판은 쉽고 창조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최소한 무언가를 창조하는,창조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일이 달갑지 않다. 창조는 아무나 못하지만 비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판에 능한 사람보다 창조하려는 사람들을 더 신뢰하고 그들의 열정을 사랑한다.

또한 수많은 비판의 글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던 게 ‘너나 잘하세요’가 아니던가. 자기 앞가림조차 제대로 못하는 내가 대체 누굴 비판한단 소린가?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기왕에 깔아놓은 멍석 위에 섰으니 여러 ‘소리’를 내겠다. ‘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다’
독립선언서를 작성했던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이 한 이 말은 신문의 ‘가치’를 단적으로 잘 집약한(너무나 유명한)말이다.

굳이 이 말을 인용하며(벌써 인용한 셈인가?) 언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판에 박힌’말을 구구절절 하고 싶지는 않다.

거두절미하여 다섯 가지 소리와 술자리에서 독자들이 덧붙여준 소리를 하겠다.

하나, 무엇보다 먼저 ‘오타의 소리’를 내지 말라는 소리를 하고 싶다.
 

   
 
 
오타는 참 신기하다. 자기가 쓴 글의 오타를 찾아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숨바꼭질 같다. 아마 오타를 지적하는 내 글 어딘 가에도 오타가 숨어있을 게 자명한 일이다.(이 글에도 분명 꼬리글이 달리겠지.너나 잘하세요라는) 꼭꼭 숨어있다가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오타, 혹자는 이를 두고 ‘오타의 마술’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물론 ‘옥의 티’처럼 발견되는 오타는 ‘보물찾기’처럼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물 반 오타 반’은 곤란하다. 특히 언론의 지면이라면 더.

일전에도 ‘오타의 소리’라는 가명으로 오타를 수없이 지적했던 적이 있지만(많이 나아지긴 했지만)제주의 소리는 여전히 오타의 소리를 고집한다.  하지만 이해는 된다. 제주의 소리 시스템 하에선 여전히 오타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끔 나는 제주의 소리 기자들이 소화해내는 기사의 양과 질에 놀라곤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잽싸게’기사를 올리는 속보성은 정말이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제주의 소리를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의 하나로 만든 것은 분명 이 속보성일 터다. 하루에 십수 건의 기사를 소화해내는 제주의 소리 기자들은 ‘베테랑 기자’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양산해내는 ‘오타의 소리’를 합리화시키진 못한다. 그들의 오타는 품격 높은 기사의 질까지 괜히 천박하게 보인다.

단도직입적으로 제주의 소리 경영진에게 고하고 싶다.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교열기자’한 명 정도는 구하시라고. 오타를 줄이는 일, 제주의 소리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 아닐까.

둘, 이제는  ‘속보성의 경쟁’에서 벗어나라는 소리를 하고 싶다.

   
 
 
하기야 제주의 소리의 오늘을 만들 것은 속보성일 수도 있으니 이에서 벗어나는 것은 제주의 소리라는 ‘상품’을 포장하고 있는 하나의 색깔을 벗어던지는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속보성에서 이미 ‘선점효과’를 가진 제주의 소리가 이제는 호흡을 가다듬어도 좋을 성 싶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기사의 깊이를 고민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웹상에서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정보는 과감히 추려내고 ‘집중과 선택’을 했으면 한다.

지금도 제주의 소리 하단을 채우고 있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같은 기획기사는  하나의 예로 들고 싶은 전형이다.

셋, ‘칭찬의 소리’에 인색하지 말길 바란다.

혹자는 제주의 소리더러 ‘조지는 소리’라 한다. 혹자는 ‘저주의 소리’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는다.
언론의 본래 기능이 비판에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힘은 ‘조지는 소리’가 아니라, 칭찬과 격려의 소리라는 생각을 한다. 칭찬은 고래도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나. 열 번의 비판보다 한 번 어깨를 두드려 주며 격려하는 것이 개인과,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설령 언론 본래의 기능을 살려 ‘조질 때 조지더라도’ 잘 한 일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길 바란다. 조지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그 놀라운 집념의 반의반의 반만이라도 할애해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드는 이들의 족적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길 바란다.

넷, 다양한 콘텐츠에 신경을 쓰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나는 속보성엔 그리 관심이 없다. 모든 언론이 너나없이 목숨 걸고 덤벼드는 속보. 그러나 이내 만천하에 드러나는 속보들이 아니던가.

이제는 깊이와 천착을 원한다. 세상을 또 다르게 관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빛깔이 제주의 소리에 채워지길 바란다. (참고로 덧붙여서 내가 H일보를 즐겨찾는 이유는 ‘송상일의 칼럼’ 때문이다. 콘텐츠 하나가 나를 H일보의 고정 독자로 만든 셈이다.)

오영덕의 흙집 창가에서 별을 보다, 하승수의 자치 이야기, 이도영의 참회록,굴렁쇠 이야기, 로마나의 열여덟 이야기는 그 예로 들고 싶은 본보기들이다.

그네들의 글에서 나는 인생을 생각하고 삶을 다시 생각한다. 비단 나만이 아닐 터다. 그러니 이네들의 글을 포함하여 보다 다양한 삶의 단면들을 대할 수 있길 기원한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달팽이처럼 여유롭게 우리네의 삶을 관조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가 다양하고, 무엇보다 고정적으로 채워지길 기대한다.

여기에서 덧붙이고 싶은 ‘곁가지’가 있다.
‘날로 먹으려 들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다시 말해 필진들에게 소정의   원고료를 주라는 소리다.

원고료를 주는 일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인 동시에 지적 노동자인 필자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

(기사를)올려도 그만, 안 올려도 그만이면 누가 밤샘을 마다하고 마감이라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데드라인’을 지키겠는가?v그러니 그들을 예우하고 동시에 책임과 의무를 지우라.

‘내공을 갖춘’필자들을 확보하는 일은 제주의 소리의 콘텐츠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기반일 터다.

다섯, 소설을 쓰지 마시라. ‘헛소리’하지 말라는 소리다.

   
 
 

이 소리는 나의 소리가 아니라 어느 독자의 소리이다.

만화를 그려온 필자에게 ‘만화에나 나올 소리’라는 말은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다. 상상력으로 가득한 만화세상이기도 하지만 만화 역시 현재의 세상을 투영한 결과물이다.

마찬가지로 ‘소설을 쓰지 말라’는 표현은 소설가들이 ‘버럭’ 화를 낼 일이기도 하되 이 소리를 한 독자의 의도는 그런데 있지 않다. 이 독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신속,정확한 것도 좋은데 ‘정확성’을 살렸으면 한다. 기자의 주관을 섞은 흥미 위주의 기사는 지양했으면 한다”
 
하나의 팩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부디 팩트를 왜곡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소설처럼 상상력을 동원하여 쓴 기사 때문에 상처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기사는 사람을 해치는 칼이다.

이어서 술자리에서 ‘기탄없이’쏟아낸 독자들의 소리를 옮겨보겠다.

“간단.명료하게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기자의 입장이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 간단.명료하게 핵심 위주로 전달해줬으면 좋겠다.”-k모 과장

“인터넷 신문이 무려 9군데나 된다고 한다. 상호간 빅딜을 해라. 이 ‘쪽잡한’ 사회에서 난립해서 무얼 얻겠다는 것이냐. 독자들은 어지럽다.”- 이 역시 k모 과장

“사실 확인하고 기사를 써라. 소수일망정, 소수의 피해자가 없도록.”-J모 공무원

“동의한다. 모든 언론치고 정론직필을 주장하지 않는 언론이 없다. 말 그대로 정론직필 해라”-k 모 정책자문위원 

▲ '감귤툰'과 '오타의 소리'의 주인공 송현우 시민기자

심각한 주문들, 그러나 아래의 소리를 듣고 웃음이 나왔지만 나 역시 공감한다.

“거 제발 팝업창 띄우지 말라고 해. 팝업창 때문에 짜증나 죽겠어 정말. 그렇잖아도 바쁜 세상에 팝업창 '엑스(x)'하는 일은 정말 피곤해.” -k모 계장

이제 글을 맺겠다.

멍석 위에서 ‘개 짖는 소리’를 한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아참,창간 3주년이라고 했지? 덕담 한 마디는 해야겠다. 
세 살 버릇 잘 들이슈. 여든까지 간다 했으니.(덕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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