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자치이야기④]분권화·민주화·주민참여가 뉴제주 운동의 성공조건

제주특별자치도가 범도민 사회개혁실천운동인 ‘뉴제주운동’을 선포하고 본격화하고 있다. 김태환 도지사께서도 스스로 달라지겠다고 하셨다. 공직사회의 변화도 주문하고 있다. 이런  뉴제주운동의 성격이 아래로부터의 개혁운동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운동의 발의주체가 도지사이고 행정조직에서부터 추진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로부터의 개혁이냐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냐가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시작했느냐보다는, 실제로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으면 결국 뉴제주운동도 과거 실패한 ‘국민운동’이나 ‘의식개혁운동’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번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의 의사결정구조의 문제이다. 물론 도민들의 의식과 행동, 문화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활력을 위한 밑거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객관적인 구조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한번 접근해 볼 필요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1991년 한국 지방자치 부활이후에 행정학, 정치학, 사회학 분야에서 나온 실증적 연구결과를 뉴제주운동에 한번 대입시켜 보고자 한다.

필자의 견해라기보다는 학문적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해없기를 바란다.

지금 지역사회는 누가 움직이는가?

“지역사회를 누가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은 지역권력구조나 지방정치를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는 핵심적인 질문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 지역사회의 권력구조에 대해 분석한 논문들과 저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지방자치를 하는데, 지역권력구조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는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하는 여러나라에서, 지방자치의 현실은 그리 민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지역권력구조에 대한 실증적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수원, 인천, 춘천, 청주, 대전, 전주, 광주, 대구, 부산의 9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지역에서의 영향력은 지방자치단체장과 부단체장의 영향력이 가장 크며, 그 다음으로 상위정부(중앙정부), 담당실국장, 국회의원, 지방의원 순으로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박대식편, 『한국 지역사회 엘리트』, 오름, 2004 참조).

이것은 다른 연구결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지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민선지방자치단체장이고, 지역에 여러 단체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많은 정책결정들은 지방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강력한 단체장 중심형 권력구조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주, 진주, 부천, 평택, 성남 등 5개 도시의 권력구조에 대한 연구결과에서는 아래와 같이 좀더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권력은 공식정부에 있으며 시장(지방자치단체장)은 공식정부의 정점에 있고 따라서 시장이 지배하고 독주하는 권력구조라는 것이다. -----(생략)---- 시장은 시의원, 행정관료 및 기업인과 후견인-피후견인이라는 개별적인 교환관계와 유대관계를 형성하여 사적 연결망을 구축하고 지방정치를 주도하는 것이다(박종민, 『한국의 지방정치와 도시권력구조』, 나남, 2000, 366쪽).

뉴제주운동의 성공조건은?

제주의 경우에는 아직 실증적인 연구는 부족하지만, 2006년 7월까지는 동일한 지방자치제도와 정당구조에 편입되어 있었으므로 다른 지역과 본질적인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뉴제주 운동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런 현실적인 지역권력구조를 전제로 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이런 현실(지방자치단체장에게 권력과 영향력이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주민들이나 단체들은 행정의존적으로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권력(영향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뉴제주운동과 같은 구상에 있어서도 그렇다.

즉 도지사께서 나서서 밀고 나가면 현재의 지역권력구조상 행정조직이나 사회단체들은 일정정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현재는 단체장의 권력(영향력)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주목할 것이 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도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민들의 행정의존의식은 변화하지 않을 수 있다. 참여는 일정정도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내용을 보면 동원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점점 자발성은 떨어질 수 있다.

더구나 뉴제주운동의 목표인 ‘자립형 지역공동체 건설, 선진형 사회체계 구축, 다원성 세계시민 양성’의 세가지 목표는 모두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공직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도 지방공직자들의 자발성이 필요하다(그런 점에서 일본의 학자중에는 ‘직원참가(참여)’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민간과 주민, 그리고 공직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쉽이다. 그리고 리더쉽과 함께 필요한 것은 ‘동원’이 아닌 ‘자발적 참여’를 보장하고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이고 시스템이다.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자발성이 나온다

요즘 스위스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끔 나온다. 스위스는 인구가 733만정도 되는 작은 나라이고 석유 등의 자원은 없지만, 1인당 국민총생산이 3만8천달러가 넘을 정도로 잘 사는 나라이다. 이 스위스는 분권과 직접민주주의의 나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분권이 잘 되어 있고, 주민에게 많은 참여권이 보장된 나라이다.

물론 26개주(캔톤, canton)로 이루어져 있는 스위스내에서도 직접민주주의의 보장·실현정도는 차이가 있다. 어떤 주는 직접민주주의가 더 개방적으로 도입되어 있고, 어떤 주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연구결과에 의하면 26개 주(캔톤) 중에서도 직접민주주의가 개방적으로 잘 실현되는 주(캔톤)일수록 주민들이 탈세를 하지 않고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의 행정의존적 의식이 낮은 것은 물론이고, 행복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주민들의 자발성은 주민들의 참여권을 잘 보장할 때에 비로소 나오는 것은 아닐까? 주민들의 행정의존적 의식도 결국 참여가 보장되고 참여의 경험을 쌓으면서 변화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요구되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부터 집권적인 체제를 분권화하고 민주화하는 것, 민간(시민단체, 기업 등)을 실질적인 협력주체로 인정하고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 도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고, 뉴제주운동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감히 생각해 본다.

                                                  

                                                  

                                                  [하승수·제주대 법학부 부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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