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좌충우돌 디카사진 찍기 (1)

1. 좌충우돌 디카사진 찍기를 시작하면서

▲ 우리 가족의 똑딱이 카메라들 총집합-각기 용도에 따라 잘 사용하면 참 편리합니다. ⓒ 김민수
디지털카메라가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제품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급형 카메라는 물론이고 전문가용 디지털카메라의 가격이 낮아지고 성능은 좋아지니 소비자로서는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입니다.

'김민수의 좌충우돌 디카사진 찍기'라는 제목의 글로 9회의 자체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2003년부터 사진을 곁들인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송고하기 시작했고 이번 기사가 1179번째 기사니 한 기사에 다섯 장 정도만 계산해도 최소한 6000컷 정도의 사진이 사용되었습니다.

카메라에 대해서도 모르고, 누가 카메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면 뒤로 빠질 정도요,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고수들의 자리에 끼기가 머쓱해서 뒤로 빠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독한 초보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간혹 사진을 어디서 배웠느냐, 카메라의 기종이 뭐냐 물어오십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독학을 했다면서 카메라기종을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웃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별로 신통한 카메라가 아닌데 혹시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시기도 하지요. 그러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진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카메라의 정보부터 각종 데이터를 전부 알 수 있으니 거짓말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들을 통해서 알려지면서 개인전도 두 번 가졌고, 초청전도 세 번인가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때, 그러니까 2003년 1월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DSLR카메라(본체와 렌즈가 분리되는 카메라)로 사진을 익혔습니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요.

저의 경험들을 통해서 혹시라도 디지털카메라를 사놓고 장농면허증마냥 모셔두고 있는 분들이나, 오마이뉴스에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뭔가 1% 부족해서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대략 10회 정도의 자체연재기사를 써볼까 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으니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2. 나의 첫 번째 디지털카메라는 300만 화소 똑딱이 카메라

▲ 300만화소 디지털카메라를 통해서 디카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김민수
지금은 두어 차례 A/S를 받은 후에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기념품으로 남아 있는 300만화소 디지털카메라, 그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사진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2002년 12월 초에 지인으로부터 300만화소 디지털카메라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유인즉, 시골(제주도 종달리)에서 목회하려면 노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지인의 지론이었지요. 가족사진을 찍어 컴퓨터로 보고 프린터로 직접 인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지만 이내 카메라는 장농서랍에 갇혀버렸습니다.

이듬해 1월, 오일장에 가는 길에 호주머니에 카메라를 넣고 갔다가 파도가 치는 바다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컴퓨터로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윈도우 바탕화면보다 더 멋진 풍광이 눈 앞에 펼져진 것이지요. "세상에 이렇게 멋질 수가!" 그러나 그것은 내가 잘 찍어서가 아니라 제주바다가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혼자 보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지인들에게 메일도 보내고, 오마이뉴스에 송고하기도 했습니다. 300만화소 똑딱이 카메라는 그 후 1년 6개월간 제 카메라의 기초를 다져주었고, 그를 통해서 사진의 세계로 빠져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계명, 디카의 성능을 탓하지 마라. 비싼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3. 김영갑 선생과의 만남과 사진 주제

▲ 제주도 삼달리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 ⓒ 김민수
우연히 삼달리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에 갔다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영갑형을 만났습니다. 나는 그의 사진에 홀딱 빠졌고, 제주를 이렇게 아름답게 담은 그에게 감사를 했습니다. 루게릭병에 걸려 있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 영갑형은 "사진을 찍으시려면 주제를 정해서 찍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차츰 사진찍는 재미가 들어가는 중에 봄에 피어나는 들꽃과 조우를 하게 되었고, 나는 사진의 주제를 '들꽃'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여 지나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글과 사진들이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절판>이라는 자연산문집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의 부도로 재판이 나오지는 못했지만 초판은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그 책으로 인해 나를 아는 분들이 조금은 많아졌습니다. 그 책에 실린 사진들은 모두 300만화소 디카로 찍은 것들이었습니다.

그 책을 들고 다시 영갑형을 찾아갔습니다.
들꽃을 주제로 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목사님, 어쩌면 가장 어려운 주제를 삼았습니다. 누가 찍어도 똑 같은 사진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많고,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가 가장 힘든 것이 꽃사진이거든요.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찍어야 합니다"라는 요지의 말을 했고, 그 이후 김영갑 선생은 사실 나의 유일한 큰 스승이었던 것이다.

둘째 계명, 아무 거나 닥치는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주제를 택해야 한다.

4. 실전으로 들어가기 전에 했던 준비들

▲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600만화소 디지털카메라, 오마이뉴스에 올라간 요즘의 사진들은 거의 이 사진기로 찍은 것이다. ⓒ 김민수
먼저 카메라사용설명서를 숙지하도록 합니다. 카메라사용서는 카메라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줍니다. 저의 경우는 카메라사용서가 거의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았습니다. 그리고 후에 사진관련 서적을 두어 권 구입해서 보았고,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들을 유심히 보면서 구도를 어떻게 잡았는지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특히 작가들의 사진은 보면 볼수록 도움이 됩니다. 요즘 인터넷에는 각종 사진동호회가 많이 있습니다. 그 곳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사진을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보는 것만으로는 이론에 불과합니다. "백문이불여일찍!", 즉 한 번 찍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주로 낮에는 들꽃, 밤에는 내 발을 찍었습니다. 발처럼 좋은 소재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내 친구 중 사진광이 있는데 그 친구도 자기 발을 찍으면서 사진연구를 많이 한다고 하더군요.

셋째 계명, "백문이불여일찍!", 찍어봐야 자기 사진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 언제든지 시간이 나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니라.

저는 어디를 가든 300만화소 디카를 넣고 다녔습니다. 사진의 소재가 될만한 것들은 때론 돌출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카메라를 챙겨넣고 다녀도 하필이면 카메라를 놓고 온 날, 배터리가 떨어진 날, 메모리카드를 빼놓고 온 날에 평생 만나기 힘든 광경들을 만나곤 하지요.

제주에서는 바다에 걸린 무지개를 두 번이나 놓쳤으며, 평생 한번 만날까 말까한 동쪽바다까지 붉게 물들인 황홀한 해넘이는 마음에 담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어떤 때는 한라산 중턱에서 만난 꽃을 담지 못하고 돌아왔다가 다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 곳에 갔지만 결국 그 곳을 찾지 못해 꽃을 담지 못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냥 찍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이 왜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것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찍어야 할지 생각해 보고 다시 찍어가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일을 통해서 일취월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소재 중에서 가장 좋은 것, 사족을 달자면, 그것은 족(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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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목사님은 제주도 동쪽 끝마을 종달교회에서 시무를 하시다가 현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본부에 계십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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