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우의 도체비 뉴스]"터무니 없는 오해가 없어졌으면..."
이와 함께 ‘닭대가리’라는 말도 곧잘 쓰여 왔습니다. 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닭의 머리이지요.그러나 사람을 일러 지칭하면 닭대가리는 놀림조의 말이 됩니다. 금방 들었던 일도 잊어버리는 어리석은 사람을 뜻합니다. 요즘 말로 '무뇌아'라고 할까요. 뇌가 없으니 '개념'이란 것이 생겨날 리 없겠지요.
그러면 실제로 닭은 정말 멍청한 새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닭의 머리가 작아서 뇌도 작게 보이지만, 체구에 비해 그리 작은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닭 나름대로 기억이나 인지를 한다고 합니다.
필자도 이 의견에 적극 동의를 합니다.
가가호호(家家戶戶) 닭을 키웠던 중산간 마을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어린시절 닭들에게 모이를 주기위해 '고고고고'소리를 내면 사방에 흩어져있던 닭들이 순식간에 집결(?)했던 기억이 납니다.
'닭 쫓던 개 신세'라는 말도 있지만,닭들은 개들의 사냥을 피해 순식간에 지붕이나 나무 위로 도망칠 정도로 날렵했습니다. 하기야 닭도 원래는 창공을 가르던 새였다지요? 우리 인간들에 의해 날지 못하는 새로 전락한 게 3,4천 년 전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놀림조의 대명사가 된 닭, 그러나 옛사람들은 닭을 다섯 가지 덕을 갖춘 영물로 봤다고 합니다.
닭의 붉은 벼슬은 머리에 쓰는 관(冠)을 연상시킨다 하여 '문'(文), 발톱은 '무'(武),적과 용감히 대적할 줄 아는 용(勇), 먹이를 보면 다른 무리를 부르는 인(仁), 시간에 맞춰 새벽을 알릴 줄 아는 신( 信 )의 덕목 등 다섯 가지 덕목을 고루 갖췄다고 본 것입니다.
제주속담 중에도 닭과 관련하여 '닭도 제 앞씩 그러내어 먹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닭이 먹이를 찾을 때 욕심을 부려 남의 앞부터 헤집는 게 아니라, 자기의 앞에 있는 것을 그러내어 먹는다'는 말입니다. 제주인들은 이처럼 닭을 과욕을 삼갈 줄 아는 본보기로 여기며 타인의 영역이나 이익을 침범하는 일을 경계했습니다.
또한 닭은 단순한'가축'그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닭이 하루에 하나 씩 낳는 계란은 최고급 반찬이자 화폐로 통용되기도 했습니다.
닭과 관련해 동네의 어느 형이 저질렀던 엽기적인 사건이 생각납니다.
당시 동네의 한 어르신의 전언에 의하면 닭 한 마리가 후진이나 좌,우회전을 못하고 오로지 전진만 했다고 합니다. '박쳐도 오라이'만 하는 이 닭을 이상히 여긴 이 어르신이 닭을 붙잡아 살펴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닭이 오로지 앞으로만 전진을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닭의 엉덩이에 쑤셔박아놓은 나뭇가지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조사해 보니’ 범인은 중학생이었던 어떤 형의 소행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천인공노할 만행'으로 한동안 동네 어른들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그만큼 닭을 가축 이상으로 생각했던 ‘상징적인’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각설하옵고 이 닭을 포함하여 제주 흑돼지,흑우, 개 등 4종의 제주산 토종가축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지정의 예비 절차로서 지난 4월부터 전국의 토종 가축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제주도축산진흥원은 닭을 포함하여 상기한 4종을 문화재청에 신청했다고 합니다.
토종가축 4종이 만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경우 이미 지정된 제주마와 더불어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종의 토종가축을 보유하게 되는지라 기대도 큽니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닭에 대한 ‘터무니없는’오해가 불식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 다른 곳(토종닭 전문 식당)에서 찍은 닭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는데 닭들과 동거 중인 오리 한 마리가 자꾸 얼씬 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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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회를 엿보다 잽싸게 도망치는 수탉
하루에 딱 하나만 낳습니다.
▼ 양계장의 계란보다 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