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우의 도체비뉴스] 정직하게 살아남은 곤충들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동물이나 곤충의 세계에서 어김없이 적용되는 룰은 '약육강식의 법칙'입니다. 쉽게말해 '강자가 약자를 먹는다'는 이 법칙은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시켜온 근간이기도 합니다.

이 약육강식의 법칙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해온 진리이기도 합니다. 동물들과 달리 인류는 정의니 진리니 하는 미사여구나 명분으로 약육강식을 포장하거나 현혹시키기도 합니다만, 국제정세를 관통하는 룰은 정의도 진리도 아닌 약육강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송현우 화백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는 오만한 우리 인류도 약육강식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물의 세계와 하등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그러나 동물과 다른 점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인간사회에선 엄연한 약자가 엄연한 강자를 종종 이기기도 합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말도 있지만 사람들은 종종 동물이나 곤충들은 '꿈도 못 꾸는' 아부나 굽실거림 등 '탈바가지'쓰기와 음모나 모략 같은 '뒤통수 치기'등 헤아릴 수 없는 전술.전략(?)을 동원합니다.'벌레만도 못한'짓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융통성'이라고요.

억겁의 시간동안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은 동물이나 곤충들의 경우도 약자들은 나름대로 ‘융통성’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인간들의 경우와 달리 강자를 이기거나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강자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몸의 보호색 같은 위장술이나 고약한 냄새 등 나름대로 생존의 지혜를 '개발'하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 했던가요?
진정한 강자는 저열한 음모가 아니라, 바로 이렇게'정직하게' 오랜 세월 살아남은 곤충들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나뭇잎이 둥굴게 말려져 있습니다. '애벌레'가 만든 집입니다.


애벌레들은 이렇게 여름을 나고 있었습니다.


여름나기엔 그만인 '나뭇잎 집'. 그러나 외부의 침입자를 막아내진 못합니다.


윤기가 흐르던 애벌레의 몸이 새카매졌습니다.


둥굴게 말려진 이 나뭇잎도 집입니다.


거미 한 마리가 살고 있더군요.


 
 
거미가 다른 곤충들을 포획한 장면을 볼 때마다 망설여지곤 합니다.
거미의 '먹이'를 풀어줘야 하나, 그대로 나둬야 하나.

그러다 결국 풀어줍니다.

거미에겐 미안한 노릇이지만, '약자'의 편에 서고 싶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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