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희 전 사장, 접근성·즐길거리·영어공용 주문

이 글은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 직에서 물러난 김종희 전 사장께서 제주의 소리에 보내 온 글입니다. 3년 4개월 동안 컨벤션센터 사장을 맡으면서 남다른 소회와 감회가 있었을 것입니다. 컨벤션센터의 성공을 바라는 김종희 전 사장의 글을 전문 게재합니다. 김 전 사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편집자주]

▲ 김종희 제주컨벤션센터 전 사장.
3년 4개월간의 제주생활을 접고 서울로 다시 왔지만 제주에 대한 그리움, 안타까움, 아쉬움 등으로 탈 제주가 쉽지 않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제주를 국제회의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2003년 3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가 개관되었으나 회의장 대관료로는 거대한 센터의 운영비를 조달할 수가 없어, 만성적자로 인한 따가운 질타에 직원들도 하나둘 떠나고,  제주의 애물단지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서울, 부산, 대구 뿐만 아니라 광주, 창원, 일산에  컨벤션센터가 추가 개관되었으며 머지않아 인천과 대전에도 개관을 앞두고 있어 센터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1800억원을 투자한 세계적인 ICC JEJU를 어떻게 활성화해서 제주의 핵심인프라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회의산업을 흔히 관광산업의 꽃이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한다. 일시에 대규모 인원이 회의에 참가하고, 또 체재기간이 일반관광객에 비해 길기 때문에 씀씀이가 크고, 그 지역의 국제화에도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첫째,전 세계에서 일시에 많은 인원이 올 수 있는 편리한 접근로가 확보 되지 않을 경우 회의유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제주국제공항은 향후 천만의 관광객을 유치하기에는 턱없이 협소하며,  제주의 유일한 관문인 공항의 확장 없이는 제주의 미래가 없음을  단언한다. 만약 인천공항이 없는 한국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10년 후의 제주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둘째, 제주는 청청환경 외에 여행의 가장 기본인, 외국인의 기호에 맞는 먹을거리, 살거리와 전천후 즐길 거리가 없다. ICC주변은 밤이면 적막강산으로 변하면서, 돈을 쓸래야 쓸 수가 없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중문단지에 쇼핑몰과 위락단지를 유치, 단지가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는 관광특구로 만들어야 한다. 마카오와 싱가포르를 보라. 마카오는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자본을 유치, 작년 2000만명의 중국관광객을 유치하면서 50억불 (약 5조원) 의 관광수입을 올렸으며, 싱가포르 역시 대규모 카지노 위락단지를 센토사와 시내에 조성함으로써, 향후 1억 이상의 중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셋째, 영어가 공용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영어는 더 이상 수단이 아닌 경쟁력 자체이며 영어가 일상화 되지 않고는 회의유치는 고사하고 외자유치도 어렵다. 그 흔한 영어마을 하나 없는 제주는 과연 10년 앞을 내다보는 비전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마지막으로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결집력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능력의 우열을 인정하고, 환경을 중시하되 제주의 미래 산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가 따라야 한다. 제주는 누가 뭐래도  관광산업으로 승부를 해야 하고 그러기위해서는 황금어시장인 중국과 일본을 겨냥한 중장기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제주는 자기자본이 없기 때문에 외부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또 55만의 적은인구로 내수가 뒷받침이 안 되기 때문에 특별한 인센티브를 제공 하지 않고는 투자유치가 어렵다.

첫째도 둘째도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국제적인 비즈니스마인드를 가진 유능한 선장을 선택, 제주호가 흔들림 없이 나갈 때 ICC JEJU도 살고 제주관광도 살아날 것으로 믿는다.

 ICC JEJU는 개관이래 제주홍보와 지역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한바, 질타에 앞서 사랑과 애정으로 회의산업의 경쟁력배양에 지혜를 모아줄 것을 당부 드리며 3여 년간 많은 충고와 지원을 해주신 제주도민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