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미의 제주여행(28)] 질지슴에서 논짓물까지

3월,
이젠 완연한 봄이다.
화산의 폭발과 함께 섬 전체에 흩뿌려 놓은 봉긋한 오름과 이어지는 초원,
그 끝에는 언제나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까만 현무암과 바다이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문득 봄내음을 느꼈다면 바다를 향해보자.
제주의 해안선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 한 곳 정겹지 않은 곳이 없다.

제주에는 '용(龍)'에 얽힌 지명들이 많다.
제주시의 용두암과 용연, 산방산 앞의 용머리해안 등
서귀포시 예래동에도 '용'에 얽힌 곳이 있다.
질지슴이라 부르는 바닷가 동쪽에 그 '용'이 있다.
용두암에 있는 '용'이 머리만 '용'이라면 질지슴의 '용'은 한 마리 '용'이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질지슴을 찾아가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다.
제주시에서 출발할 경우 서부관광도로(95번도로)를 따라 가면 창천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 바닷가의 멋을 느끼면서 질지슴을 만나고 싶은 이들은 우회전해서 안덕계곡 옆을 지나 대평리로 들어오면 된다.
대평리의 대평수퍼에서 죄회전하여 가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방향의 길로 들어서면 하예포구로 들어선다.
'당케'라 부르는 하예포구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보이는 등대가 '진황등대'이다.

   
 
 
등대가 놓인 코지에서 부터 펼쳐진 바닷가가 '질지슴'이다.
'질지슴'의 왼쪽이 '조근코지'이고 오른쪽이 '큰코지'이다.
하예포구에서 동쪽으로 가다보면 큰코지를 만난다.
큰코지에서 작은코지까지는 대략 1㎞ 가까이 된다.
이곳 해안길은 넓지 않은 도로여서 버스는 아예 들어갈 수 없고, 승용차끼리 마주칠 경우에도 곤란을 당할 수도 있다.
자동차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걸아야 하겠지만, 걷고 다시 돌아오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나름대로 여유를 갖고 해안가를 누비려 한다면 걷는것도 좋을 것이다.
'진황등대' 주위에는 용암이 뿜어낸 갖가지 형상의 뾰족한 바위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경초소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쭉 따라가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길이 나온다.
이 곳 해녀들이 물질을 하기전 빈다는 할망당(해녀당)이 나오며 할망당을 지나면 등대 밑까지 갈 수 있다.
곳곳의 바위들은 용암이 흘러내리다가 굳어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주도 해안에는 잘 다듬어진 기둥모양의 주상절리가 멋진 곳이 몇 군데 있다.
대표적인 곳이라면 대포 주상절리대를 빼놓을 수 없다.
일명 '지삿개'로 부르는 곳이지만 지삿개의 육각기둥은 손으로 만질래야 만질 수 없는 절벽에 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이 곳 질지슴이 달래준다.
큰코지에서 동쪽으로 난 해안가를 질지슴이라 하는데,
'질지슴'이란 길 옆에 수풀이 우거져 있는 모양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질'은 '길'의 제주어이다.
커다라면서도 둥근 바위들이 모여 제주시 내도동의 알작지에서만 들을 수 있는 바다소리를 내주기도 한다.

   
 
 
질지슴의 으뜸이라면 지삿개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형상이다.
지삿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이 곳 질지슴을 들러 육각기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지삿개에서 보던 그 바위 모양 그대로가 여기에 있다.
육각기둥이 되려다 떨어져 나온 바위들도 만나게 되며, 직접 육각기둥을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

   
 
 
좀 더 동쪽으로 가면 질지슴의 끝인 작은코지와 만난다.
이 곳엔 바다에서 하늘로 승천하던 용이 지나던 문턱인 '용문덕'이 있다.
‘덕’은 바닷가에 형성된 높고 커다란 바위를 나타내는 제주어이다.
용이 드나들었다는 문 사이로 파도가 내리칠 때는 일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용문덕의 동쪽에 한 마리 용이 버티고 있다. 용을 찾아 용의 울음에 귀 기울여 보자.

   
 
 
대평리로 향하지 않을 거라면 창천삼거리에서 중문 방면으로 오다가 예래동으로 들어오면 된다.
예래동사무소를 지나 바다쪽으로 난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다,
진양비치빌라 바로 앞에서 다시 좌회전(논짓물 표지판)하여 내려가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예래 바닷가가 눈에 펼쳐진다.
그 곳에 '논짓물'이 있다.
해변 가까이 있는 논에서 나는 물이라 하여'논짓물'이라 부르나,
바다와 너무 가까이에서 물이 솟아나 바로 바다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가 없어 그냥 버린다(논다) 하여 쓸데없는 물이라는 의미로 '논짓물'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유원지로 여름에는 행락개들이 드나드는 유명한 장소로 변해가고 있어 노는 물은 아닌 듯하다.

   
 
 
논짓물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조근코지를 만난다.
왼쪽으로 틀면 '쇠일레'(뜻은 명확치 않음)를 지나
전경초소와 서부하수종말처리장 사이의 있는 바다로 길게 연결된 '갯깍'이라는 곳을 만날 수 있다.
'큰골(예래천)'의 남쪽에 있어 '갯깍'이라 부른다.
'깍'은 하구의 끝을 나타내는 제주어이다.
갯깍을 지나 하수종말처리장을 넘으면 색달 주상절리대를 만날 수 있다.

※ 양영태님은 '오름오름회' 총무, 'KUSA동우회 오름기행대' 회원입니다. 이 글은 양영태님의 개인 홈페이지  '오름나들이(ormstory.com) 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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