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제주대로 교류수학 오는 학생들 / 유현정 대학생기자·서울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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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 전경. ⓒ제주대학교

제주도에 관한 진부한 표현이라 한다면,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가 있다. 말에게는 넓은 초지와 온난한 기후가 있어야 하고, 사람이라면 더 많은 기회와 부대낄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리라. 특히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육지로 ‘유학’을 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요즈음 반대로 제주도로 ‘유학’오는 육지의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제주도에 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제주대학교의 교류수학 제도다. 교류수학은 제주대와 협정을 맺은 대학교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그들은 학기 단위로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이를 자교에서 수강 학점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러한 학점 인정 제도에 더해 학생들은 제주대의 기숙사도 이용할 수 있다. 최적의 조건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제주대로, 제주도로 오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2014년도 1학기에 제주대로 교류수학을 온 세 명의 학생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주도에 살아보기

그들이 제주대로 교류수학을 온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제주도에서 “살아보기 위함”이다.

이슬기 학생은 “처음 지원할 때에는 약간 주저함도 있었어요. 이제 졸업학년인데, 원래 학교를 떠나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내도 되나 싶은 마음에...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제주도에 언제 살아볼까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살아보기’에 대한 열망은 제주 여행의 새로운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짧은 시간 즐기고 떠나는 것 보다 진득하게 오래 머물며 여유롭게 제주의 모든 것을 만끽하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의 소위 ‘장기체류자’들이나 한 달 단위로 임대하는 렌트하우스들이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제주 여행이 단기간에 제주를 소비하고 떠나는 방식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지역사회의 특성을 체득하고 구성원들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지역사회의 특성 배우기’와 ‘구성원들과의 교류’가 그대로 그들의 ‘공부’로 이어진다.

제주도에서 배우기

그들은 우선 수업을 통해 배운다. 제주대에서는 제주도만의 문화, 자연 유산을 활용한 수업들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제주 4.3의 이해’, ‘제주해녀의 이해’에서는 제주도 고유의 역사적 사건과 문화적 특성에 대해 배운다. ‘스토리텔링의 이해’라는 수업에서는 제주 유배지가 어떤 방식으로 ‘유배길’이라는 관광 명소로 재정의되었는가에 대해 그림과 영상으로 잘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상기 과목들은 모두 이러닝(e-learning) 과목이어서 학교별로 학점 인정 여부가 다르다는 것.

원래 정치학을 전공하는 은정 학생이지만 이번 학기에 제주대에서 듣는 수업에는 정치학이 없다. “정치학하고 상관없이 듣고 싶은 과목들을 넣었어요. 특히 관광 관련으로 특화되어있는 과목들이 많더라고요. 제주도에서 유명한 것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형성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춰볼 수 있어서 좋아요”

체육학부에서 개설하는 수업들도 전통적으로 인기이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오름트레킹이나 요트, 스킨스쿠버 등의 교과목이 있다. 체육학부의 전공과목이기는 하지만 타 전공 학생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다.

그러나 그들이 제주도에 대해 배우는 것은 이러한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것뿐만은 아니다. 그들은 현재를 사는 제주도의 사람들의 일상 속의 작은 문화들을 살아 익힌다.

“뭔가 ‘도민’만이 아는 정보를 알게 되었을 때 재미있고 신기해요. 예를 들어 제주대 학생들이 시청 앞 거리에서 약속장소를 정할 때, 시청 벽화 앞이나 어머니 빵집 앞, 그리고 나뚜루라는 아이스크림 집이 있는 사거리에서 주로 만나잖아요. 그때 어머니 빵집은 ‘어빵’이라고 줄여 부르고 나뚜루 사거리는 ‘나사’라고 줄여 말하는 것? 제주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제주도를 그냥 ‘관광’한 사람이라면 이런 건 절대 모르겠죠.”(미화)

“제주도 젊은 사람들 사이에 최고의 구인구직 사이트는 알바몬도 아니고, 알바천국도 아니고 제주대 생활게시판이에요. 여러 가지 중고 생필품도 여기서 살 수 있어요. 주로 공지사항만 확인하러 들어갔던 학교 홈페이지였는데, 여기서는 이런 생활정보를 보러 들어가게 된다니까요.”(슬기)

그들은 이제 제주 시내를 다니는 버스 노선도 다 익혔다며 즐겁게 웃는다. 서로서로 작은 정보를 알려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에피소드도 있다.

“빨간집 있잖아요? 제주도에만 있는 체인점이라고 해서 한번은 기숙사로 떡볶이를 배달시켜 봤어요. 배달까지는 잘 시켰는데, 문제는 그 떡볶이가 즉석떡볶이라는 걸 몰랐던 거예요. 배달이 왔는데 육수랑 떡이랑 라면사리랑 다 따로따로 포장되어서 온 거 있죠? 어떻게 해서 먹기는 먹었는데... 다음부터 배달은 안시키려고요.” (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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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은정, 이슬기, 백미화 학생. ⓒ유현정 대학생 기자

사람들을 만나기

이러한 ‘생활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이 학교 수업을 통해 만나는 제주도 출신의 학생들이다. 슬기 학생은 “빨간집이 배달된다고 알려준 것도 수업에서 만난 오빠”라면서 웃는다. “왜 떡볶이가 즉석떡볶이라는 건 알려주지 않은 거죠? 오빠 너무해요!” 제주대에는 육지에서 공부하러 온 학생들도 물론 있지만, 제주도 학생들의 비중이 크다. 미화 학생은 경영대 수업의 조모임을 통해서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진지한 이야기도 있다.

“제주도 출신의 학생들에게도 나름의 고충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주도가 육지 사람들에게는 ‘여행지’이지만 여기 사람들한테는 삶의 공간이잖아요. 여기 학생들이라고 유유자적 보내는 게 아니라 우리랑 똑같이 취업문제로 고민하고 스펙 쌓으려고 노력하고... 좀 더 제주도라는 섬이자 도시이자 우리나라의 행정구에 대해서,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미화)

하지만 그들에게 제주도가 생활의 공간으로 전적으로 바뀌어 버린 것은 아니다. 반은 학생이고 반은 여행자라는 그들의 상황 덕이다. 이러한 상황은 제주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은정 학생은 지금까지 주말만 이용해서 올레길을 거의 다 돌았다. 제주도민 중에서도 올레길을 다 가본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한 학기라는 제한이 있으니까.. 더 부지런히 돌아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원래 매일 갈 수 있으면 더 안 가게 되잖아요.” 그들의 체류는 제주도를 자신에게 익숙하게 만들면서도 당연하게는 여기지는 않게 만들고 있었다.

모든 것을 그들의 배움의 과정이라고 치환해버리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그들은 교류학생을 통해서 제주도에 대해, 그리고 나아가 자기 자신에 대해 그들의 말마따나 ‘살아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많은 것들을 익히게 되었을 것이다. 곧 제주대 하계 계절학기 신청기한이 다가온다. 이번 여름에는 슬기, 미화, 은정처럼, 제주도에서 한번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 제주대 하계 계절학기 역시 제주대와 학술교류 협정을 맺은 학교의 학생이라면 모두 지원할 수 있다. 일반 교양 과목과 전공 과목이 일부 개설된다. 개설 교과목은 추후 제주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상기 기술했듯 학교별로 이러닝 과목의 경우 학점인정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주의할 것. 하계 계절 교과목으로 특히 인기 있는 것은 요트, 승마, 골프, 스킨스쿠버, 오름트레킹 같은 체육교과목이다.

8일에서 15일이라는 짧은 기간이 3회 차에 걸쳐 시행되니, 자신에게 맞는 기간을 선택해서 들으면 된다.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 동안에도 역시 기숙사에 머무를 수 있어 편리하다. 학점교류 신청이 인정된 후에 제주대학교 기숙사 홈페이지에서 따로 신청하면 된다. 2014년 여름 계절학기의 경우 5월 12일까지 제주대학교에 소속 학교에서 신청 서류가 도착해야 수강할 수 있다. 신청은 자신이 소속된 학교를 통해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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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정 [제주의소리] 대학생 기자.


발견의 연속입니다. 산 속에서, 바다 속에서, 길 위에서,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의 발견의 연속입니다. 혼자만 알고 친구한테만 속닥이고 싶은 것들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혹시나 저의 이 찾아냄이 당신에게는 당연한 것이더라도, 제가 느끼는 새로움을 당연함 속에서 다시금 발견해 주시길. 유현정 대학생 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0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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