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마무리 기소의견 송치...2007년 제주서 공무원 직무유기 인정

현직 공무원이 농민을 상대로 10억원대 사기를 벌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취를 취하지 않은 제주도농업기술원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상자는 비리 공무원 담당 부서 간부들을 제외하고 조직을 이끌고 있는 이상순(58) 제주도농업기술원장 1명으로 한정했다. 혐의는 ‘직무유기’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이 원장이 부하의 비리 사실을 보고 받은 후에도 소홀히 행동한 직무유기 책임을 물어 기소의견으로 관련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 원장이 허모(40)씨의 사기행각이 드러나기 3개월 전인 2013년 12월13일 허씨의 사기와 공문서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 원장은 올해 1월 허씨의 비리행위를 추가로 보고 받은 사실도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농업기술원은 이후 2개월이 지난 3월3일 제주도 청렴감찰단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경찰은 “적발 당시 감사위와 청렴감찰단에 보고하고, 기본적인 진상조사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방임하고 소홀히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렴감찰단 보고 역시 내용이 상당히 부실하고 진상조사 또한 허술했다”며 “허씨에 대한 직무배제나 추가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직무유기는 형법(제122조)상 대표적 부작위 처벌 조항에 해당한다. 부작위란 규범적으로 기대된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하는 처벌 조항이다.

공문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할 때 처벌하지만 요건이 모두 입증되지 않으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판례상 일반적으로 직무를 객관적으로 벗어난 행위가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 정당한 직무수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반대로 공무원이 태만과 착각 등으로 인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직무유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제주에서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돼 형사처벌까지 받은 사례는 2007년에 있었다.

당시 경찰공무원인 최모(43)씨는 2005년 11월14일 제주국제공항 검색대에서 검문검색 임무를 맡던 중 수배자인 박모씨가 놓아달라고 부탁하자 이유없이 풀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인간적인 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도 경찰 공무원의 기본적인 본분을 저버린 행위다. 일반의 신뢰를 심히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했으나 최씨가 초범이고 경찰공무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한 점을 참작해 선고유예를 주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무유기는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검찰의 법리검토에 따라 기소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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