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LNG 공급계획](하) 가스배관 이중규제 제주 ‘국내 유일’ …대의기관 불명예

 

▲ 제주도의회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시계획시설로 이중 규제하고 있는 도시가스 배관시설에 대한 규제완화를 담은 조례개정안을 오는 3월말 임시회에서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2018년 본격적인 도시가스 공급을 앞두고 대표적인 민생조례지만 지난 2월말 선거철을 앞둬 정략적으로 조례개정을 상정보류시킨 바 있어 비판여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액화천연가스(LNG)를 각 가정으로 공급하는 배관시설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해제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가스공급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곳은 제주 외에는 국내에 단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등에 따르면 전국의 가스공급시설은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라 도시관리계획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기반시설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제주는 지난해 6월 확정된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조례 제1052호에 따라 가스공급시설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바 있다.

애월항 LNG인수기지 건설에 따라 애월지역을 거쳐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연결될 대구경 가스배관(대형 관) 뿐만 아니라, 대구경 가스배관에서 각 가정으로 연결할 실핏줄 같은 가스배관시설까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시공공사 시 일일이 심의를 받도록 된 것.

그러나 이는 국계법 시행규칙 제6조와 상반된 것으로, 가스배관시설은 사업성과 사용자의 편의 등을 고려해 도시관리계획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기반시설’에 포함돼야 한다는 국계법 시행규칙 취지와도 엇박자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가스배관시설은 가스 수요자인 일반 시민에게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기존 도로에 매설하는 배관·공급설비로서 주변 토지의 토지이용을 제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현행 조례는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도관이나 전기선 배관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취지다. 현행 제주도 도시계획조례로는 수도관은 도시계획 심의 대상이 아니지만 가스관은 일일이 도시계획 심의를 받아야 되는 상황. 

도시가스 시설이 일반화된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도 한국가스공사 배관이 약 4060km, 전국도시가스 배관 약 3만8000km 등 총 4만2060km(2013년말 기준)의 가스배관시설이 도시계획시설에 포함되지 않는 기반시설로 설치돼 있다. 

현재도 국계법 시행규칙에 따라 전국에서 가스배관시설이 기반시설로 곳곳에서 시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만 불필요한 규제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현행 제주도 도시계획조례에 왜 가스배관시설이 도시계획시설로 포함됐을까?

이는 지난해 5월16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전부개정조례안 심의 당시 가스공급시설에 가스배관시설이 포함되어 있는 점을 의회가 인지하지 못한 때문이다.

당시 주변 토지의 토지이용을 제약하는 액화석유충전시설과 가스공급시설, 유류저장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면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도시계획시설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할 가스배관시설까지 포함시키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제주도의회 모 의원은 “제주도가 도시가스 사용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가스공급시설에 대한 이해가 절대 부족했고, 의회에서도 이런 점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국내유일의 이중규제 도시계획조례를 결정하는 우를 범했다”고 토로하고, “정부의 규제악법 개정 움직임과 전국적인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오는 3월 의회 임시회에서 반드시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 2월28일 임시회에서 본회의 의사봉을 잡은 방문추 부의장이 전날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직권으로 상정 보류시켜 선거철을 앞둔 ‘직권남용’이란 거센 비판을 받은바 있다.  

애월항 LNG인수기지 건설에 따른 보상문제로 일고 있는 지역반발 민심에 따라 지방선거 출마를 밝힌 방 부의장이 다시 3월말 제315회 임시회 본회의 의사봉을 잡을 경우 ‘직권 상정보류’ 재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이 여전히 변수다.

그러나 지난해 잘못된 조례 결정과 지난달 개정안 상정보류 모두 의회가 스스로 오명을 남긴 사례란 비판이 거세다.

무엇보다 제주지역 LNG공급에 따른 수혜가구와 경제적 효과가 2018년 3만9000가구 263억원, 2020년 11만4500가구 1196억원, 2025년 13만 가구 1352억원, 2030년 14만3000가구 1476억원 등 천문학적 수준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다시 또 ‘상정보류’라는 사태를 맞을 경우 도민사회의 거센 비판 여론이 몰아칠 것이란 점은 명확해 보인다.

특히 LNG배관시설을 도시계획시설에서 제외하는 조례 개정안 처리는 대표적인 민생조례라는 점에서도 이번 315회 도의회 임시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제9대 제주도의회가 도민의 대의기관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오명을 남기게 돼 최종 처리결과에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