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주 10억 손배청구 뜯어보니] "파면되면 연금 몰수"...도민보다 개인 안위만 생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제주의소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함께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신청하면서 주장한 내용은 <제주의소리>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의도적, 악의적, 반복적으로 보도해 공직자로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 철저하게 초점을 맞췄다.

시민단체가 표현했듯이 적반하장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한 전 시장은 20쪽 가까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신청취지, 조정신청 이유에서 '자의적이고 악의적' '편파적' '위.변조' '억울' '불명예' '공직자로서의 명예 실추' '수천명의 제주도 공무원과 동문회 명예 실추' '공직사회의 사기저하' 등의 단어를 반복해서 썼다. 한마디로 '방귀 뀐 사람이 성을 낸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녹취록과 음원파일 공개로 충격적인 발언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명예가 실추된 쪽은 한 전 시장이 아니라 서귀포시민을 비롯한 제주도민, 서귀포 지역 각 고교 동문회 등이다. 선거 개입, 줄세우기, 사업상의 특혜 등 제주사회의 낯뜨거운 자화상이 고스란히 탄로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사와 시장직까지 거래했다는 고백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했다. 

수천 공무원의 명예가 실추된 것도 언론 보도가 아니라, 공직자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한 전 시장의 발언과 그로인한 공직 일각의 민낯 공개 때문이라는 점을 한 전 시장만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도 한 전 시장은 "우근민 지사에 대한 지지를 노골화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뇌이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지난 3일 해명 기자회견 때 처럼 우 지사와의 연계설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한 전 시장이 문제를 삼은 <제주의소리> 보도는 9건. 서울 동문회 모임에서 충격적인 발언이 있고 난 다음날인 11월30일 <제주의소리>가 단독 보도한 '한동주 시장, 우근민 제주지사 노골적 지지유도 파문'을 비롯해 12월4일까지 이어진 보충.후속기사 등에 일일이 대응했다.  

한 전 시장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대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한 전 시장은 행사 당일 '1분 가량 미리 준비해간 축사를 읽어내려간 뒤 원고없이 문제의 발언을 쏟아냈다. 또박또박 '우근민 지사'의 이름을 거명한 한 시장은...'이라는 대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제의 발언' 직전에 우 지사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고, 축사를 읽은 뒤에 원고 없이 소나무 고사목 제거, 남영호 조난자 위령탑 이전, 교육발전기금 모금 등 서귀포시 현안 사업들을 10분 가량 설명했다는 것이다.

조정신청 이유에선 '준비된 축사' 2분 정도→현안 설명 9~10분→'문제의 발언' 1분여라고 보충설명까지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는지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떨칠 수 없다. 한 전 시장 스스로도 처음 인삿말을 시작할 때와 남영호 위령탑에 대해 설명할 때 우 지사의 이름을 거명한 점은 인정했다. 그럼 '나(우 지사)가 당선되면 너(한동주)가 서귀포시장을 더해라'고 고백한 '내면적 거래'의 상대방은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아니더라도 두 번이나 우 지사의 이름을 거명했고, 말미에 '내면적인 거래'를 언급하면서 자신이 시장직을 더해야 동문들이 승진할 수 있고 계약 하나라도 더 줄 수 있다는 말을 했다면 이게 무슨 뜻인지는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다.

우 지사의 이름을 거명한 시점이 문제의 발언 '직전'인지 여부에 집착하는 한 전 시장의 논리는 옹색하기 짝이 없다. 한 전 시장은 기사 마다 '우 지사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를 유도하지 않았다'고 토를 달았으나, 시장직 거래를 전제로 한 도움 요청이 노골적인 지지 유도가 아니라면 선거 관련 법률은 허명의 문서나 다름없다.

한 전 시장은 <제주의소리>가 '한 전 시장의 발언 전문'이라고 소개한 보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의 발언' 전에 서귀포시 현안사업에 대해 설명한 10분 가량이 누락돼 있으므로 발언 전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의소리>는 입수한 음원파일을 토대로 거기에 나온 내용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공개했을 뿐, '문제의 발언' 전에 어떤 얘기가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여기에 무슨 의도가 있었다면 괜한 오래를 사지 않기위해, 입수한 내용 전부를 그대로 공개한 것 뿐이다.    

한 전 시장은 <제주의소리>가 12월4일자 '10개월짜리 시장? 수군거릴 분위기 아니었다'는 보도에서 내면적 거래를 숨기기 위해 거짓해명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선 추측성 기사로 몰아부쳤다.
 
한 전 시장은 행사장 안팎에서 두번씩이나 '10개월짜리 시장'이라는 수군거림이 들려서 즉흥적으로 힘 있는 시장임을 보여주려고 내면적 거래 발언을 했다고 해명했으나, <제주의소리>는 현장에 있던 동문들의 전언을 토대로 어렵사리 초청을 받고 서울까지 찾아간 현직 시장의 면전에 대고 비야낭거릴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한 전 시장은 <제주의소리>가 자신에게 단 한번의 취재도 없이 누군가 악의적인 의도로 몰래 녹취한 발언을 제공받아 행사 당시의 발언 중에서 일부만 공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전체적인 발언 내용을 위.변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발언 취지를 왜곡하는 기사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정상적인 공직생활과 사회생활에 있어서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제주의소리>는 최고위 공직자로서 한 전 시장 발언의 파급력을 감안해 어느 언론사보다 먼저 당사자의 해명을 들으려고 제주공항까지 찾아가 접촉을 시도했으나 한 전 시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 전 시장은 '누군가 악의적인 의도'라는 표현으로 행사에 참석했던 동문의 명예를 또한번 더렵혔지만, 충격적인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주의소리>는 입수한 음원파일에 나온 내용 전부를 소개했을 뿐 나머지 발언은 있었는지 조차 모른다. 제보자도 '이건 아니다' 싶은 대목에서 녹취를 시작했다고 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고 했다. 한 전 시장의 태도는 ‘난 아닌데, 넌 왜 그렇게 들었으냐’는 식이다.     

한 전 시장은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반복적, 지속적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언론의 소명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 어떤 언론이 중대한 현안을 한두번 보도하고 만다는 얘긴가.

한 전 시장은 특히 <제주의소리> 보도로 인해 각 정당 등 정치권의 비판을 넘어 고소고발까지 강행하는 정쟁의 먹잇감이 되도록 몰아넣었다며 자신을 비판한 정치권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35년간 쌓아놓은 공직자로서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취임 108일만에 시장직 직위해제를 당하는 수모와 최단기간 시장직 수행 중 강제 직위해제라는 부끄러운 불명예를 안고 공직 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처하도록 만들었다'는 대목에선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명예 실추를 넘어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게되고 압수수색을 당하게 됐다는 하소연은 인간적인 연민까지 들게한다.

서귀포지역 각 고교별 직원숫자를 줄줄 꿰면서 자신이 시장을 더해야 동문들을 승진시키고 동문 사업자들한테 계약 하나라도 더 줄 수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 한 전 시장은 "모임이나 행사의 성격에 따라 참석자들에 알맞는 내용을 주제로 하여 사기를 북돋아주는 성격의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는게 16만 시민 전부를 상대하는 시장의 입장"이라며 "만약 남주고 동문들이었다면 또 그에 맞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남주고 동문 모임에 가서도 다른 고교 출신자들의 숫자를 줄줄 꿰면서 승진 얘기를 던질 것인지 궁금하다. 더구나 한 전 시장은 '그때그때 참석한 모임의 성격에 따라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기분을 맞춰주려고 공식 석상에서 아무말이나 내뱉는다니 한 도시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말았다.

한 전 시장은 <제주의소리>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그릇되게 과장 보도함으로써 제주경실련과 서귀포시공무원노조 등이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도록 유도했다며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가 마치 언론에 휘둘리는 존재 쯤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가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해 독자들이 그렇게 믿도록 세뇌시켰다는 한 전 시장의 주장은 쓴웃음을 자아낸다. 수많은 독자와 도내외 언론을 바보로 만들었다. 

한 전 시장은 정정보도 외에 손해배상액으로 10억원을 청구하면서 본인 5억원, 부인 2억원, 자녀 3명 1억원씩을 책정했다. 한 전 시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정작 명예가 실추된 16만 서귀포시민, 나아가 60만 제주도민의 손해액은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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