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제주도 절차 잘못이지만 도지사 권한” 애매한 회신···환경연, "제주도 아전인수 말라"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절차를 면제해준 (주)중국성개발의 무수천 유원지 개발사업인 '블랙 파인 리조트' 사업 승인에 대한 환경부의 '애매한' 유권해석을 두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전 사업자인 (주)무수천 시티의 무수천 개발사업 승인이 취소된 상태에서 사업부지를 새로이 인수한 개발사업을 정상적인 사업승계라고 주장하는 제주도나 사업자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주변 환경변화 가능성이 높은 이미 7년이 지난 환경영향평가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무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경부가 '어정쩡'한 유권해석을 내놓아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 지난 23일 환경부가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제주도에 회신한 공문 사본. 제주환경운동연합이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공문 내용을 공개했다. ⓒ제주의소리

이런 가운데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환경부를 향해 '책임회피' 하지 말것을, 제주도를 향해선 '아전인수' 해석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수천 유원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최근 제주도가 요청한 환경부의 유권해석 회신 내용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제주도를 싸잡아 맹렬히 성토했다.

앞서 제주도 환경자산보전과는 지난 8월 23일 환경부로부터 무수천 유원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해당 사업계획을 취소했다면 해당 행정행위가 종결된 경우이므로 해당사업을 재추진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행정행위로 보아 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를 다시 이행해야 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는 환경부가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인터넷 민원을 통해 제기한 무수천 유원지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누락 문제에 대해 "행정절차가 잘못됐다"고 회신한데 대한 제주도의 추가 유권해석 요청 결과다.

문제는 환경부가 이번 회신에서 단서로 붙인 사항이다. 환경부는 제주도에 대한 회신에서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협의권자가 제주도지사 따라 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도지사가 판단해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사항이기 때문에 제주도지사가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계속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의 행정처리에 절차적 문제가 발견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배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이날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특별법은 월권을 행사하거나 잘못된 절차를 정당화하라고 만든 법이 아니”라며 “환경부의 해석처럼 제주도지사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해도 제주도는 환경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행정판단을 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종결정은 도지사가 할 사항이지만 환경부가 행정절차를 누락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은 분명하다”며 “만일 제주도가 이를 착각해 아전인수 격 해석을 한다면 도민여론의 거센 비판만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중국성개발의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과 관련, "도지사는 환경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제주의소리

환경부는 제주도에 보낸 유권해석에선 "절차상으로 잘못된 것은 있지만 환경부가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환경부 자연보존국 국토행정정책과 관계자는 “승인기관이  변경협의가 아니라 본안부터 신중하게 해야하는데, 환경부가 보기에는 절차적으로 소흘하게 나간 면이 있다”며 “이번 사례는 환경부의 절차와 맞지 않은 것은 맞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미 행정행위가 종결된 상황에서 환경부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환경영향평가법으로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만큼, 현지에서 정말 옳지 못하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면 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안동마을회는 지난 13일 제주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주시장을 상대로 지난 5월7일 제주시가 (주)제주중국성개발에 내린 무수천 유원지 ‘블랙 파인 리조트 조성사업 시행승인처분’은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다만 환경부 관계자는 거듭 “절차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며 “다음부터는 제주도(제주시)가 이와 같은 사안이 들어왔을 때 환경부가 제시한 의견으로, 또 미리 질의 등을 한 다음에 추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영웅 환경연합 사무국장은 “환경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언이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 전 사업자의 영향평가를 이행받는다면 앞으로 이번 사안이 하나의 전례가 돼서 이런 일이 만연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무수천유원지 조성사업은 전 사업자인 (주)무수천시티가 지난 2007년 제주시에 개발사업 승인을 받았으나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2011년 10월 개발사업 시행승인이 취소됐다. 이후 새로운 사업자인 (주)제주중국성개발이 사업부지를 사들여 대규모 위락시설과 숙박시설을 설치하는 ‘블랙 파인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는 주변 환경여건 변화가 없고 사업승계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예외를 승인해줬다. 그러자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는 7년전 평가결과를 가지고 사업을 승인해준 것은 행정절차상 잘못이라는 환경부의 유권해석을 이끌어낸 바 있다.<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