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명암] (4)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중국자본 제주 유치…검증 부재

제주 섬이 ‘차이나머니’에 앓고 있다. 한쪽선 차이나머니가 제주 섬을 삼키려 한다며 앓고 있고, 다른 한쪽선 과잉여론 탓에 차이나머니 투자가 끊기는 것 아니냐며 앓고 있다. 
 
시각은 다르지만 ‘차이나머니’가 두려운 존재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무서운 속도로 제주에 유입되고 있는 차이나머니의 명암이 짙게 드리운 것이다.

▲ 중국 칭다오의 백통그룹이 지난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소재 '백통 제주리조트' 휴양콘도미니엄 공사현장. 중산간 난개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부동산투자이민제의 달콤한 유혹

지난 2010년 2월부터 제주도에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휴양체류시설을 매입한 외국인과 가족에게 영주권(거주자격 취득 후 5년 이상 체류해야)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현황은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본격 시작된 지난 2010년만 하더라도 12월말 기준 4만9184㎡(누적 취득가 4억원)에 그쳤던 것이, 2011년  말에는 143만6320㎡(597억원)으로 불과 1년 새 토지면적으론 약 29배, 누적 취득가액은 무려 149배가 늘었다.

이듬해에도 차이나머니의 제주 유입은 더욱 속도를 냈다. 2012년 말 중국인 소유 토지는 192만9000㎡으로 계속 증가했고, 올해 2분기(2013년 6월말) 기준으로 245만5422㎡까지 기록했다. 누적 취득가액으로 1578억 5100만원 어치의 제주 땅이 중국인 소유가 된 것이다.

불과 몇 해 전인 2007년의 중국인 소유 제주 토지가 단 2만2000㎡(누적 취득가액 4억원)에 그쳤던 것이 단 6년 만에 약 110배(누적 취득가액 약 400배)인 245만5422㎡ 넓이의 제주 땅에 중국 오성기가 꽂혔다. 여의도면적의 약 3/4 크기다. 

외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 현황에서도 중국의 ‘가속도’가 무섭다.

지난 6월말(2013년 2/4분기) 기준, 외국인의 제주도 토지 소유 현황을 보면 미국이 368만1460㎡로 가장 많고, 일본이 218만5430㎡로 세 번째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중국이 245만5422㎡의 두 번째로 많은 제주땅을 차이나머니가 사들였다.

외국인이 제주 땅을 소유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 말까지 일본보다 뒤쳐졌던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일본을 따라잡았고, 지금의 속도라면 향후 1년여 안에 제주 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중국이 될 것이란 것은 어렵지 않은 예상이다.

이처럼 제주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드는 차이나머니는 현재 제주도내 9개 사업장에서 약 3조172억원의 투자계획을 확정해놓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 범중국계 자본까지 합치면 12개 사업 5조4817억원으로 제주도에 투자계획을 확정한 전체 14개 사업의 외국자본의 97%가 ‘차이나머니’다.

투자이민제가 분명 중국인들에게 제대로 '통한' 결과다. 그럼 무섭게 밀려드는 차이나머니는 독일까? 약일까? 또 언제까지 대문을 활짝 열어놓을 건가. 더 늦기 전에 투자이민제의 공은 공대로 평가하고, 과는 과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검증없이 유치해온 투자유치 정책에 대한 냉철한 ‘해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제주중국성개발이 대규모 위락시설과 숙박시설을 설치하는 '블랙 파인 리조트 '사업을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무수천 유원지에 추진하고 있다. 사업조감도 ⓒ제주의소리

   지금 제주는 ‘차이나머니’면 뭐든 ‘OK’

흔히들 제주는 지금 ‘차이나머니’면 뭐든지 통하는 세상이라고 꼬집는다.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 분명치 않고, 검증 시스템도 없다보니 ‘차이나머니’라면 쌍수를 들고 “혼저 옵써”(어서오세요)를 외치는 격이다.

최근 중국 폭력조직 ‘흑사외’ 조직원이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악용해 제주에 들어와 서울에서 잠입·은신 중인 조직 부두목의 활동자금을 공급하다 붙잡힌 사건도 차이나머니의 그림자다.

제주의 부동산 시장도 차이나머니 효과로 들썩이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2012년 제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도 아예 중국자본을 주타깃으로 정해놓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의 대부분이 관광사업에만 쏠림현상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그것도 개발 가능 지역과 개발 불가능 지역에 대한 경계가 모호한 채 천연보보지구와 인접한 해발 500미터의 한라산 중산간 곳곳까지도 중국자본이 투자한 관광시설사업들로 파헤쳐지고 있다. 당연히 난개발과 자연훼손 비판이 쏟아진다.

중국자본의 이같은 무차별적 제주유입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문단의 거목 조정래 선생도 중국인의 제주부동산 매입이 한창 불붙던 지난 2011년 12월29일 <제주의소리>에 육필기고한 ‘이 망국적 행정아!’란 글에서 제주도의 ‘무방비한’ 투자이민 정책에 대해 일찌감치 쓴 소리를 했다.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도 “현재 중국자본을 타깃으로 한 ‘변질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이 과연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떤 효과를 줄지 의문”이라며 “제주도정이 도내 마을 소유의 부지까지 상세하게 자료를 만들어 투자유치 홍보하는 등 제주 땅을 팔아 투자유치 실적을 쌓는데만 급급하지 후손들을 위해 제주 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켜낼지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적 목표에만 치닫는 투자정책이란 비판이다. 송종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지부 사무국장은 “제주도가 무비판적으로 부동산시장 뿐만 아니라 관광 등 제주경제를 총망라해서 중국자본이 장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다”면서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에서도 중국 화교자본이 경제를 장악하고 정작 원주민은 하급층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대로라면 제주도가 중국자본을 컨트롤할 수 없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제주도의 생각은 다르다. 제주도는 이런 우려에 대해 ‘지나친 기우’라고 일축한다. 제주도에 들어온 중국자본으로 인한 폐해가 절대 우려할 수준이 아니란 것이다.

제주도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라는 것 처럼 아직 중국자본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시기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중국처럼 제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국가가 없지 않는냐”며 “제주도에 부가가치를 창출해주는 것은 현재 중국뿐이고, 만일 중국의 제주토지 잠식이 우려할 수준이 된다면 투자 인센티브를 엄격히 제한·적용하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모 중국자본 제주법인 사장 한정문 씨(가명)도 차이나머니의 제주진출 ‘우려 시각’에 대해선 “지금이 쇄국정책을 펴는 시대도 아니고 제주도가 외국인 투자를 막으려고 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씨는 “다만 제주도의 투자자본 검증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흑사회 사건 등 일부 중국자본의 경우 비정상적인 자금이 비공식 경로를 거쳐 제주에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면서 ‘자본 검증 시스템’ 필요성엔 동의했다.

‘투자’인지 ‘투기’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현재의 제주도 투자유치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역시, “현재 제주에 들어온 대부분 중국자본은 실제 ‘투자’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지만 생산적 투자라기보다 부동산 투기에 가깝다”며 “제주도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한라산 중산간 일대까지 콘도 등 온통 관광개발사업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이익은 외부로 빠져나 환경·경관 등 부정적 피해는 고스란히 제주도민의 몫”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결국, 제주국제자유도시 전략이 결국 중국자본과 중국관광객에 목을 매면서 제주도가 당초 내걸었던 사람과 자본·물류의 흐름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 제주’가 아니라 ‘중국인과 차이나머니’의 흐름만 자유로운 ‘차이나타운, 제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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