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숙 作 '겨울나무'. ⓒ제주의소리

아트스페이스씨, 올해 미국 '제주4·3전시' 준비 기금 마련 '새들의 노래' 전시  

“1952년 열 살 때 저는 이곳 이스라엘로 이주해왔습니다. 이스라엘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지 4년째 되는 해였죠. 저는 이스라엘 독립선언문과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과연 이스라엘이 남의 땅을 점령하고 그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 독립선언문의 정신에 부합하는 일입니까. 독립이라는 미명하에 다른 나라의 기본권을 희생하는 것이 합당합니까.”

다큐멘터리 영화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에 나오는 2004년 울프상 시상식 장면이다. 수상자인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의 소감은 시상식을 흡사 집회장으로 뒤바꿔 놨다.

이스라엘 출신의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꾸린 다국적 악단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세상을 바꾸는 예술 이야기, 젊은이에게 총과 칼 대신 예술이라는 무기를 쥐어주는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영화는 큰 감동을 준다.

▲ 신지숙 作 '겨울나무'. ⓒ제주의소리

아트스페이스 씨(관장 안혜경)가 오는 6월 5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하는 신지숙 작가의 전시도 이 같은 뜻을 품고 있다.

이번 전시 주제인 ‘새들의 노래’는 스페인 출신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덕분에 알려진 카탈로니아 지방의 민요 이름에서 따왔다.

프랑코 독재정권에 맞서 망명생활을 했던 카잘스는 음악회에 설 때마다 "카탈로니아 새들은 피스(peace), 피스(peace) 하고 운다"고 농담하곤 했다. ‘새들의 노래’는 그가 연주회 때마다 마지막 순서로 반드시 연주했다.

사실 이번 전시는 다른 속셈이 있다. 오는 12월부터 미국 샌타로사시 소노마 카운티 뮤지엄(Sonoma County Museum)에서 열릴 ‘제주4.3전시’ 준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부랴부랴 기획됐다.

다이안 SCM 관장이 “4.3은 미국의 역사”라고 언급했듯 이번 전시는 제주와 맞닿은 역사의 기억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다. 또한 인근 주민과 한국 교민들에게 국내 작가들을 소개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비장한 취지에 비해 형편은 넉넉하지 못하다. 현재 제주4·3평화재단에서 500만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10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필요한 금액에는 턱도 못 미친다.

일단 운송비가 만만찮다. 고르고 또 골라 30여점. 안전한 방법으로 작품을 보내려면 총 3000만원에 달하는 운송비가 든다. 심포지엄이라도 하려면 작가와 4.3연구자 등 네댓은 가야 구색이 맞는데 비행기 삯에 체류 비용까지 셈하면 한 사람에 4~500만원은 든다.

어려운 형편을 전해들은 신 작가가 작품을 내놓으면서 이번 전시가 이뤄졌다. 그녀가 줄기차게 좇아온 주제가 '평화'인 까닭도 섞였다.

“‘새들의 노래’는 평화와 자유를 염원하는 의미”라고 밝힌 신 작가는 저항의 방식을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택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겨울나무’, ‘매화’ 연작 역시 이 같은 뜻을 드러내고 있다.

전시 개막은 6월 5일 수요일 오후 7시.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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