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가이드들 일 없어서 노는 데 추가시험 도입이 웬 말”

▲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제주지부가 28일 제주도의회에서 제주도 자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조례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날 원 양혜순씨는 "일거리를 없을 정도로 제주도의 가이드 숫자는 충분히 많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우리도 일거리가 없는데 가이드 숫자를 더 늘리면 어떡하자는 겁니까”

제주의 관광가이드들이 지난 25일 제주도청을 항의방문한 데 이어 이번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도가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과 부족한 가이드 수를 근거로 관광진흥조례 개정을 통해 제주 자체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을 도입하기로 한 데에 발끈한 것.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제주지부는 2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 자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조례제정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제주도는 현재 문화관광부에서 일 년에 두 차례 실시하는 자격시험만으로는 제주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 가이드 수를 더 늘리기 위해 제주도 자체 자격시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협회 대의원 양혜순씨는 “이것은 제주관광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결과이며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이미 가이드가 남아도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달 평균 15일 이상 일하는 가이드는 전체의 20%도 안된다는 것.

자신들의 의견 수렴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양씨는 “도 관계자는 조례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관광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며 “어떻게 현장에 나오지도 않은 도 관계자가 가이드가 부족하다는 엉터리 산정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관광통역안내사협회와 제시한 자료와 제주 자체시험 도입 필요성을 제시한 제주발전연구원의 자료는 차이가 많이 난다.

19일 제주발전연구원에서 발표한 ‘제주지역 관광통역안내사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서는 △2011년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57만명 △이에 따라 필요한 가이드 수는 최소 356명 △반면 현재 제주도에서 활동 중인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는 129명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협회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타 지역을 경유해 입도한 관광객들을 제외할 경우 △실제로 제주도 지역 가이드가 인솔할 수 있는 관광객 수는 14만명 △따라서 실제로 필요한 인원은 70여명 △현재 제주도에서 활동 중인 중국어관광통역안내사는 240명. 이들을 포함해 실제 자격증 취득자의 숫자가 총 370명이라고도 덧붙였다.

▲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제주지부가 28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이드 김은영씨는 이 날 제주도 자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조례제정이 제주관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제주 관광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자격가이드의 성행 역시 유자격가이드의 숫자가 부족해서가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양 씨는 “무자격가이드의 성행, 저가 관광 등은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제주도의 문제지 가이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며 “충분한 유자격자가 확보되고 있는 상태임에도 현실은 여행업체가 무리한 저가패키지관광의 출혈을 메우기 위해 무자격 가이드를 선호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자격가이드가 하루에 10만원 정도를 받는데 비해 무자격가이드는 다른 비용 없이 쇼핑시 수수료만 받기 때문에 여행사들이 암암리에 무자격가이드를 선호한다는 것.

이어 제주 자체 자격증 시험이 무자격증들을 비교적 쉬운 절차로 양성화시키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시험과목도 기존 국가시험과 달리 대폭 완화시키면서까지 무자격자를 양성화 시키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이렇게 졸속으로 관광진흥조례가 개정되면 제주관광 이미지 실추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 김은영씨는 “가이드들은 3~4년을 공부하고 중국유학도 다녀오는 고학력자들인데도 8~9번만에 시험에 붙은 사람도 있다”며 “반면 자체시험으로 무자격 가이드들에게 매우 쉬운 기회를 준다면 과연 우리가 환영을 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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