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건축학부 학생들, 더 갤러리 토론회 개최 "활용방안 무궁무진"

▲ '카사 델 아구아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수준높은 논의로 청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주의소리

기성 지식인들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화가 난 모양이다.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학생들이 철거 위기에 놓인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

6일 오전 10시 제주대학교 공과대학 4호관에서 건축학부 학생들이 기획한 ‘미래의 제주건축 주역들이 말하는 카사 델 아구아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학생들은 현실적인 활용방안과 다른 국가의 사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등 수준 높은 논의로 참석한 이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들이 있는데 왜 무작정 철거만을 외치냐는 것.

정소희(건축학부 4) 학생은 판스워스하우스(Farnworth House)의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20세기의 대표적인 독일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어(Mies van der Rohe)의 손꼽히는 명작으로 평가되는 이 건물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관람이 가능하다. 렌탈도 가능해 칵테일 파티, 웨딩 세러머니, 사진촬영, 영화 촬영, 기업 회의 등 행사가 이뤄진다.

▲ 미스 반 데 로어의 대표적인 '지속가능한 건축물' 판스워스하우스의 티켓 예약 페이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관람과 공간 대여가 모두 가능하다. <사진출처=판스워스하우스 공식홈페이지>

바로셀로나 파빌리온(Barcelona Pavilion)의 사례도 소개했다. 1929년 바르셀로나 엑스포의 가설 건축물로 설치되었다가 1930년 해체됐던 이 건물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을 통해 복원, 현재 4.50유로(약 6500원) 의 입장료를 받고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일년 내내 전 세계 건축학도들이 이 건물을 찾는다.

이와 함께 제주에 다양한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건축가 이타미 준의 건물들을 비롯해 제주에 있는 건축명소들을 하나로 이어 답사 코스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 코스가 완성되면 건축학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의미가 있고 새로운 관광코스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발표의 마무리에서 정씨는 “과연 철거만이 해답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됐으면 한다”며 일방통행식 행정에 쓴소리를 냈다.

대학생 특유의 상상력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내놓기도 했다.

고준석(건축학부 4) 학생은  더 갤러리를 소수를 위한 VIP룸이 아닌 공공의 장소로 전환하는 것을 제시했다. 고 씨는 “원래 목적이었던 숙박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더 갤러리를 국내외 가구업체, 디자이너 업체에 저렴한 대여료를 받고 일정 기간 렌트해 주는 라이프 스타일 제품의 전시관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알토(Hugo Alvar Aalto)의 작품  ‘빌라 마이레라(Villa Maiera)의 사례도 소개했다. “1939년 건설된 마이레아는 홈페이지에서 자기가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서 관람을 예약할 수 있다”며 “매해 이 주택을 보기위해 세계 각국의 많은 디자인 학생들과 이 주택을 찾는다”고 말했다.

고씨는 “건축가들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기성 건축가들과 지식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 이명범(건축학부 3) 학생이 더 갤러리의 가치와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명범(건축학부 3) 학생은 더 갤러리를 한국-멕시코 수교 50주년 기념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962년 수교를 한 멕시코와 한국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중문관광단지의 장소성에 맞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브라질 수교 50주년 기념관인 가평 이화원을 그 예로 들었다.

토론에 나선 학생들의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소통’이 문제 해결의 근원이라는 것.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행정당국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이날 토론회에 자리한 이선화 제주도의회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은 축사에서 “더 갤러리에 대해 지식인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과연 그 직위에 맞는 책임을 다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소중한 공간을 지키는 데 함께 연대하자”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