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더 갤러리, 겹태풍에도 멀쩡...철거방침에 관리인력도 없어 상태유지 장담못해

▲ 강력한 태풍에도 더 갤러리는 무사했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의 전경. ⓒ제주의소리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제14호 태풍 덴빈은 제주도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곳곳에서 주택이 침수되고, 도로와 농경지가 유실됐다. 학교 시설 82곳이 파손됐고,  농가 피해는 농작물을 빼고도 96억6600만원에 달했다. 635억원이 들어간 서귀포항 방파제는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파손됐다.

이 와중에 가설건축물인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더 갤러리)의 안위(?)가 궁금했다. 당국이 누누이 강조했듯이 '임시로 지어진 건축물'이어서 태풍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주의소리>가 4일 오전 서귀포시 중문동에 위치한 ‘더 갤러리’를 직접 찾았다.

의외(?)였다. 겹태풍은 제주 전역에 큰 생채기를 남겼지만 세계적인 건축가 레고레타의 유작 더 갤러리는 멀쩡해 보였다. 항간에는 이번 태풍으로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지반이 약해졌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확인결과 건물 외관은 물론 내부와 발코니, 유리창 모두 별 큰 문제가 없었다. 

▲ 강력한 태풍에도 더 갤러리는 무사했다. 건물 내, 외부 모두 별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사진은 안내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방문객들. ⓒ제주의소리

▲ 강력한 태풍에도 더 갤러리는 무사했다. 내부에도 별 다른 문제가 없어보였다. ⓒ제주의소리

다만, 내부 몇 곳에 미세한 금이 눈에 띄었으나, 태풍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세월의 징후'로 느껴졌다.

하지만 더 갤러리는 앞으로가 문제다. 당국이 철거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어느 누구도 관리를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 갤러리는 지난해부터 단전과 단수가 된 상태. 물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데도 내부는 깔끔했다. 생각만큼 어둡지도 않았다. 대형 유리창에 의해 자연채광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선 간간이 비가 날리는 잔뜩 찌푸린 날씨였으나 세계적인 건축가의 유작을 보러  찾아온 관광객이 눈에 들어왔다.

미술을 전공하는 오경민(25)씨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 이 건물이 철거된다는 기사를 보고 방문하게 됐다”며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인데 철거한다고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안내 자원봉사자라고 밝힌 김모씨(69)는 “국내 다른 지역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도 사람들이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며 “사람들마다 '이 좋은 걸 왜 해치느냐'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또 “얼마전 도청에서 와서 사진을 찍으며 균열이 일어났다고 했지만, 아무리 두 눈으로 확인해도 4~5년된 건물에 생기는 흠집 정도”라며 “몇 년간 관리를 안해서 그런 것이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보존가치가 없음을 내보이기 위해 괜한 트집을 잡고있다는 눈치였다.   

▲ 한창 공사중인 앵커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더 갤러리. ⓒ제주의소리

더 갤러리는 건물주인 ㈜JID, 앵커호텔 시행사인 ㈜부영주택, 서귀포시 그 어디서도 구원(?)받지 못한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전문 관리인력도 따로 없는 상태에서 건물 상태가 언제까지 정상적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조만간 아예 철거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25일 제주지방법원은 더 갤러리의 소유주 JID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대집행영장통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이 행정대집행 가처분 신청에 대한 항소가 진행중이고 9월14일 법원에서 심리가 열릴 예정. 여기서도 기존 판결이 유지된다면 서귀포시는 철거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이 도왔는지 세계적인 건축가의 대표적인 유작이 강한 태풍도 무사히 견뎌냈지만, 정작 사람들에 의해 위태로운 운명에 처해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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