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해군기지 특집방송...공동체 파괴, 절차적 정당성 지적

언론노조가 만드는 팟캐스트방송 <뉴스타파>가 강정의 아픔을 담아냈다. 중앙언론에서 놓치고 흘려보냈던 강정의 공동체 파괴와 실종된 민주주의가 영상 속에 녹아들었다.

뉴스타파는 3일 자정을 기해 6번째 특집방송 '강정'편을 방송했다. 지난 2월1일 첫방송을 시작한 뉴스타파는 기존 방송사의 정규 뉴스가 전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심층 취재하는 새로운 개념의 뉴스다.

강정특집을 위해 뉴스타파는 해직 언론인인 이근행 MBC PD와 노종면 YTN 기자, 권석재 YTN 카메라 기자 등 10명을 제주에 내려보내 2월26일부터 나흘간 강정의 아픔을 카메라에 담았다.

2007년 강정 해군기지 건설 후보지 선정부터 불거진 절차적 문제와 찬반으로 나눠져 갈등을 빚는 강정마을 공동체의 파괴현장, 이 과정에서 해군과 경찰이 저지를 공권력 행사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노종면 전 YTN 기자는 강정마을을 "찬성과 반대 주민이 서로 가해자가 된 곳. 비극적인 현장, 또 다른 전쟁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1.실종된 민주주의 2007년 강정마을 후보지 결정 "주민들 찬반토론조차 없어"
 
뉴스타파 취재진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 논란의 시작을 확인하기 위해 2007년 4월21일 강정마을 운영위원회 회의자료 먼저 확인했다.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논의가 이뤄진 시점이 바로 그날이다.

당시 제주도는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유치 의사를 확인하고 한달 후인 5월14일 전격적으로 강정마을을 제주해군기지 건설 부지로 확정했다.

제주도의 유치 발표와 달리 정작 땅의 주인인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실체를 알지 못했다. 4월26일 마을총회에서 충분한 찬반의견 수렴없이 박수로 유치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실제 2007년 4월 해군기지 건설 후보지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와 안덕면 화순리가 거론될 때만해도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유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던 중 4월21일 운영위원회 회의에 느닷없이 해군기지 유치 안건이 등장한다. 닷새만인 26일에는 마을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 안건이 회의 참석자들의 박수로 의결됐다.

당시 마을회장을 맡았던 윤태정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의 해군기지 신청 유치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유치신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들은 그러나 찬반토론과 의견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취재진 사실확인을 위해 당시 마을회의 회의록을 확인했다. 문제는 찬반토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9년 제주도의회 다수당인 당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절대보전지역 해제 문제도 거론했다. 제작진은 절대보전지역 해제 검토보고서를 만든 담당 공무원을 찾았으나 답변을 거부했다.

취재진은 당시 제주도정이 수장이었던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절대보전지역 출소가 졸속으로 이뤄진 이유를 물었으나 김 전 지사 역시 답변을 하지 않았다.

   
#2. 국가공권력의 불법 현장 공개...구럼비 해안 폭파 초읽기 '잔인한 3월' 예고

취재진이 제주를 찾은 다음날인 27일 서귀포시 강정포구에서 발생한 연행사건도 카메라에 담겼다. 당시 경찰은 범죄 예방차원을 이유로 강정포구에서 구럼비로 향하던 주민과 활동가들을 막아섰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카약을 통해 구럼비로 들어가려다 30분 가량 제주해경에 저지를 당하고 해상에 묶여있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제작진은 강정 현장에서 법을 무시한 공권력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군기지 공사가 본격화된 2010년 1월18일부터 2012년 2월27일까지 강정해군기지 투쟁과정에서 연행되거나 체포된 인사는 모두 329명에 달한다.

지난달 26일에는 강정포구에서 카약을 타고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간 세계적 평화활동가 등 16명을 연행하고 이에 항의해 서귀포경찰서 앞에서 농성을 하던 마을 주민 5명을 재차 체포했다.

제작진은 구럼비 출입금지 구역이 아닌 만큼 현행범 체포의 범죄성립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상 현행법 아닌 경범죄 처벌만 할수 있음에도 과도한 법해석으로 무차별적인 연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럼내 설치된 공연장을 해군과 시공사측이 철거하는 과정에서도 공유수면매립 허가권 이전에 사유물에 대해 계고장과 행정대집행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주민과 활동가 연행 과정에서 전 서귀포경창서 수사과장이 활동가를 주먹으로 폭행하는 모습과 해군대원이 송강호 신학박사를 물속에서 폭행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내보냈다.

해당 영상에 대해 해군측 관계자가 "동영상은 조작된 것이다. 앞뒤 다 짜르고 편집한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영상에 담겼다.

제작진은 해군의 공사강행 배경에 대해 "조급해진 이명박 정부의 강행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구럼비 해안 폭파를 기점으로 한 강정의 잔인한 3월을 전망하기도 했다.

   
#3. 400년 설촌의 공동체 파괴 현장...주민 모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강정은 자연만 파괴된 것이 아니었다. 가족 친구, 이웃 모두 찬반으로 나눠지면서 수백년간 이어져 온 마을공동체는 수개월만에 무참히 찢어지고 갈라졌다.

취재진은 해군기지에 찬반 주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바라보는 강정의 현실을 들었다. 찬반을 떠나 주민들 모두 해군기지로 강정마을이 파괴됐다고 하소연했다.

찬반 주민들의 휴식을 즐기는 장소조차 달랐다. 게이트볼장은 해군기지 찬성 주민들만 갈 수 있는 공간. 찬성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강정에 와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군기지 찬성에 대한 의견에는 모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 노인은 "좋은 동네였는데. 해군기지가 다 망쳐버렸다"고 말했다.

70대 노인과 조카의 애증 관계도 소개했다. 노인은 "조카와 인사도 안하고 제사도 안지낸다. 벌초도 하지 않는다. 조카는 찬성이고 나는 반대다.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라고 밝혔다.

조카는 "7년전부터 재산문제로 이미 안좋은 사이다. 우리 조카들, 손자들안테 솔직히 말해서 세뱃돈 3000원 이상 줘 본적이 없다. 그런데 반대 성금으로 500만원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국책사업으로 인한 찬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진데 이어 공동체 관계까지 끊어 놓은 것이다. 각종 대회에서 상장을 휩쓸었던 강정마을보존회조차 찬반 주민들로 나눠져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렸다.

강우일 주교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민주화가 주민을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다. 제주도민 모두 쓰라린 과거(제주4.3)를 겪었다. 정부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해군기지를 짓는다면 한다면 독일이 폴란드나 이스라엘에서 기지를 짓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민주주의가 무너진 해군기지. 땅의 주인의 허락하지 않은 개발은 누구도 강행할 수 없다. 이미 동의해 놓고 외부의 선동에 의해 마을을 뒤집혔느냐는 지적에 아니라고 느꼈다"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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