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밥상 다른 세상] 김란영 제주관광대학 교수

▲ 김란영 제주관광대학 치위생과 교수, 아이건강 제주연대 정책위원

미국 헐리웃에는 채식을 하지 않으면 ‘왕따(?)’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채식열풍이 뜨겁고, 육식 위주 밥상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최근 ‘육식 왕’이었던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이 대열에 합류하여 세계적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의 2010년 인물로 선정이 되었다.

미국 CNN도 지난 18일 “잡식성에 대식가였던 클린턴이 완벽한 채식주의자(Vegan)으로 변모했다”고 전했으며 이는 지난해 채식위주의 식단을 지키겠다고 한 공언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유명인들이 그들의 식탁을 고기가 아닌 채식 또는 ‘완전 채식(Vegan)’으로 바꾸고, 또한 채식 전도사가 되었을까? 이 칼럼을 보고 있는 독자라면 그 답을 미루어 짐작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런 저런 이유에서 이미 식탁을 바꾸었는지도 모른다.

심장병․암․당뇨․비만․전염성 질환․정신질환․치매 등 건강문제, 물 부족․삼림 파괴․생물다양성 손실․사막화․토지 사용․해양 문제․자원 남용․온실가스 배출 등 지구환경문제, 기아문제, 동물사랑, 생명존중, 영성,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 특별한 이유가 없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했을 당시 햄버거, 스테이크, 치킨, 도넛 등 육식 왕다운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며 몸무게가 계속 늘어나자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이 주치의와 건강 식단을 짜서 스테이크 대신 콩으로 만든 버거와 볶은 야채와 두부 등을 식탁에 올렸다. 그러나 기름진 음식을 놓을 수 없었던 그는 치즈를 얹은 햄버거를 사 먹기 위해 몰래 백악관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육식 마니아인 그의 식탁이 완전채식 음식으로 채워진 건 퇴임 이후다. 자서전 홍보행사를 끝내고 귀가하던 길에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을 일으켜 2004년 첫 심장수술을 받았고 이어 지난 2월에도 심장 관상동맥에 스텐트 2개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증상은 멈추었지만 심장병을 고치지 못한 두 번의 심장수술 후 완전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단순히 고기만 먹지 않는 게 아니라 유제품과 계란에도 손을 대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식을 일 년 동안 하여 몸무게를 약 20파운드(9㎏) 줄였고, 그의 의료 검사 결과들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와 현재 먹는 식물성 음식을 즐기며 전보다 더 활기차게 생활한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은 심장병의 가장 위험한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이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은 포화지방이다.

인공 심장의 선구자인 미국 심장혈관 연구소 소장인 마이클 디베이키 박사는 직계가족, 부모가족 중에 동맥경화증과 관상 심장질환을 앓은 이가 많은 가족력이 있더라도 동맥경화증에 걸릴 가능성을 낮으며 그에 해당하는 수치는 겨우 5%에 불과하다고 했다. 심장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전 요인 때문에 그러한 병을 앓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의학연구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은 혈관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동맥경화를 야기하고 심장병을 불러일으킨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심장병이 민족별 식습관의 차이에 따른 포화지방 및 콜레스테롤의 섭취량과 정확한 정비례 관계에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과거의 우리나라처럼 주로 채식을 했던 나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육식을 시작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여 암, 심장병 등 각종 서구형 질병이 증가한다.

중성지방이라고 하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혈중 수치는 어떤 음식을 먹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성지방인 경우에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아도 칼로리가 되는 어떤 음식이나 많이 먹으면 발생할 수 있는 건 사실이나, 동물성 식품은 과단백 과지방 식품으로 칼로리 비율로 약 50%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동물성 식품을 먹으면 칼로리 섭취가 많아져 몸에 비계가 많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모든 동물성 식품에는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다. 물론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에 필요 없다는 건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필요한 양만큼 정확하게 자동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먹게 되면 몸에 필요한 양 이상의 농도가 되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럼 콜레스테롤이 포함되지 않은 식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모든 식물성 식품에는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다. 그리고 중성지방은 아주 적게 들어 있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지만, 콩 단백질은 그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균형을 깨야 건강히 산다!

어릴 적부터 귀가 아프게 들었던 말은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이 먼저인지, 나중인지 헷갈린 상황이다. 음식을 균형 있게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골고루 먹는 건지, 우리의 몸과 정신의 균형 때문에 골고루 먹어야 하는 건지 말이다. 그 균형 있는 음식이 내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10년이 몇 번이나 지난 시점이다.

결국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의 잘못된 균형적인 식습관으로 인한 심장병으로 혹독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13세 때의 체중인 84㎏까지 줄이는 것이 요즘 목표이며, 배가 빙산에 부딪혀 난파되기 전에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자신이 만든 클린턴재단과 미심장학회(AHA)를 통해 미국 1만2000여개 학교에 채식 위주의 급식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성식품에 과다하게 있는 포화지방과 모든 동물성식품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 때문에 나타나는 동맥경화증은 10살 때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겉으로 표가 나지 않고, 느끼는 증상이 없지만, 음식의 균형을 깨지 않는 한 우리는 어느 정도 깊이인지 알 수 없는 낭떠러지 위에서 한줄 곡예를 타고 있는 꼴이다. / 김란영 제주관광대학 교수

#  김란영 제주관광대학 교수는? = 2009년 아이건강&지속가능 지구촌 제주 국제컨퍼런스 기획에 참여했다. 현재 제주관광대학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 중으로 아이건강 제주연대 정책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현재 채식 관련 강의는 물론 채식운동에 대한 기고와 번역을 하고 있으며, 학생들과 함께 유기동물 보호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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